<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 김난도
◉ 저는 1963년 3월 2일에 태어났습니다.
3월 2일이요. 그렇습니다.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어릴 때는 제 생일이 싫었습니다. 학년이 새로 시작되는 날이라 제대로 생일잔치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늘이 제일 좋습니다.
1년 365일 중에 아무 날이나 생일로 고를 수 있다면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오늘 3월 2일을 고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선생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생일 아침에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 일제히 새 학년을 시작한다는데, 선생에게 그보다 더 어울리는 생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사주팔자 같은 것은 믿지 않지만 그래도 생일만큼은 선생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직업을 천직이라고 여길 수 있으니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 김난도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