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 우종영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더 큰 문제는 선택 앞에서 지레 겁을 먹고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희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한 번쯤 청계산의 소나무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소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방향을 바꾸어야 하면 미련 없이 바꾸었고, 그 결과 소나무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덕분에 사람들 눈에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지만 그럼 어떤가. 소나무가 왜 'ㄷ'자 모양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나면 그 지독하고 무서운 결단력에 혀를 내두르게 될 뿐이다. 내일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오늘 이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소나무.
천수천형.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이 있다는 뜻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다.
- 우종영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