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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Dec 06. 2024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 지난 수시 입학 전형 때 어느 학생에게 “문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잠깐 생각하더니 그 학생은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 어느 두꺼운 문학 이론 책 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맞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퍼도, 또는 상처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은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상상력, 창의력, 논리적 분석력도 결국은 인간됨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장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는 ‘올바른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같이 놀래?” 하며 손 내미는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 서로 질시하고 싸우고 110층짜리 마천루가 삽시간에 무너지는 곳이지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사랑하는 연인들이 있고 노을 진 단풍산이 저토록 아름다운 이 지구는 그래도 살 만한 곳인데, 항상 너무 늦게야 깨닫는 것이 우리들의 속성인지라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진정으로 얘기를 나눌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간다.

-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 중




대학교 1학년. 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책은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였다. 가끔 소설이나 사회과학과 관련된 책도 읽지만 주로 수필이나 에세이, 시집이 있는 서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은 책이었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조금 아름다워질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는 문구에 심장이 달음질치듯 뛰었던 기억이 난다.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잘한다고 여기지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스스로를 '문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가슴속을 파고든 문장은 동경의 씨앗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다시 국문학을 공부하고 꾸준히 습작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묵묵히 내 길을 가다 보면 문학하는 사람은 아니어도, 적어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릴 적 내 꿈은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오래 잘 쓰고 싶은 분야는 '수필'이다. 요즘 서점에 가면 비교적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토닥토닥 에세이들이 부쩍 눈에 다. 활자의 시대가 영상으로 넘어가고 그 마저도 호흡이 긴 것들 보다는 짤막한 글, 짧은 동영상이 익숙한 세상이 되었다. 손가락 하나로 핸드폰 액정을 휘휘 넘겨가며 수도 없이 읽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촌철살인처럼 가슴에 콕 박히는 글이 있으면 저장도 해두고 좋은 영상은 따로 모아두기도 다. 골치 아플 때 생각을 즉시 전환하는 데에는 짧고 강렬한 게 최고라면서.


하지만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수필을 즐겨 읽곤 한다. 개인의 이야기를 쓴 산문형식의 글이 독자들의 관심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좋은 수필가가 되는 게 꿈이다. '수필(隨筆)'이라는 말이 주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어감도 좋아한다.


수필을 영어로 번역하면 'essay'라고 나오는데 사실 수필과 에세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에세이가 사회, 문화,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논리성과 비판적인 성찰이 조금 더 강조된 글이라면 수필은 일상생활, 자연, 사물, 감정 등을 자유롭게 서술한 글로 문학적인 기법과 예술성을 중요시한다. 수필과 에세이 둘 다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필은 작가의 개성과 감성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에세이는 논리적 사고와 비판적 성찰을 통해 독자들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사실 학문적으로 엄격한 구분을 떠나서 에세이건 수필이건 두루두루 잘 쓸 수 있다면 제일 좋을 것 같다.




오늘부터 5개월간 필사 노트에 담긴 문장들을 소재로 연재를 시작했다. 제목은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라는 노랫말에서 따온 <꺼내 먹어요>로 지었다. 힘들고, 배고프고, 속이 허할 때도 심심하고 지루한 순간에도 부담 없이 꺼내 먹을 수 있는 글들로 엄선했다. 1편에는 산문을 2편에는 시를 담을 예정이다.


다정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며,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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