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엄마

산다는 것은

by 또다시

눈이 쌓인 북한산을 봤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풍경인데 난 굉장한 쓸쓸함을 느꼈다. 자연은 말이 없다. 그 고요함은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고요는 우리가 안고 있는 슬픔과 맞닥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간밤에 엄마 꿈을 꿨다. 엄마를 아무리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누군가 엄마가 죽어서 그렇다고 했다. 절망했다. 꿈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엔 요양원에 계신 엄마가 나왔다. 내 형제들이 나 모르게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몇 주 전에 나에게 서운함을 표현했다. 암에 걸린 엄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겼다. 돈도 몸도. 나만 믿었는데 자신의 육신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손을 쓸 수 없게 됐을 때 절망하신 것 같다. 그리고 나에 대한 믿음에도 금이 간 것 같다. 이날 이후 엄마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지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이 나오지 않아 글로 써서 표현하려 했으나 손에 힘이 없어 글자를 한 자도 쓸 수 없었다. 엄마는 마지막 3주를 병상에 누워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고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표현했던 '서운함'에 대해 우린 풀지 못하고 이별했다. 북한산의 고요는 마치 엄마의 침묵 같았다. 아무 말 없지만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사랑이 숨어 있다고 느끼기로 했다. 엄마의 서운함도, 나의 아픔도 결국은 우리 사이의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소리없이 엄마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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