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 오퍼
프랑크푸르트에서 음악회 가면 어디로 가야 할까?
HR 방송국에도 HR 홀이 있고, 알테 오퍼 (구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나는 당연히 알테 오퍼를 선택했다.
왜?
알테 오퍼의 외관이 아주 멋지다.
나는 낭만시대에 음악회 가는 듯한 음악회를 좋아한다.
저 깊은 내 맘 속에 공주병이 있나 보다.
영화 속 장면처럼 드레스 입고 낭만 시대 작곡가들의 초연을 보러 가는 것처럼.
나의 선택은 알테 오퍼.
HR 신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이다.
HR 신포니 오케스트라는 세계 탑 5 안에 드는 오케스트라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 오케스트라 유튜브 구독자 수는 세계 2위란다.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은 오케스트라이며, 좋은 음질과 화질로 많은 연주 영상이 있다.
동영상으로 많이 만났던 HR 신포니 오케스트라
엄청 친밀감이 있다.
알테 오퍼는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다. 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주 낭만스럽게 우아한 모습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나처럼.
세계적인 거장들이 연주하는 헤센 주에서 가장 유명한 연주 홀이다.
1880년 모차르트의 '돈조반니' 오페라로 막을 올렸다. 독일 황제 빌헬름 1세도 참석을 했고, 객석수가 2010석, 빌헬름 1세는 극장을 둘러보고 "베를린에서는 이런 극장을 지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고 했단다.
왜일까?
아마도 돈 때문?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 엄청난 모금을 했기 때문에 이 오페라 극장이 지어질 수 있었다.
드레스덴의 젬퍼 오퍼의 양식과 닮은 모습이다.
1944년 폭격으로 완전히 부서졌고, 1951년에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 프랑크푸르트가 세워졌다.
1976년에 이 옛날 오페라하우스를 세우기 시작해서 1981년 드디어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옛날 오페라 하우스 자리에 현대식 건물을 짓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를 포기할 수 없는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 현대식 건물을 반대하였는데,
사실 현대식으로 짓는 것이 비용면에서 또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면에서는 훨씬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는 독일인,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알테 오퍼로 복구하기를 원하는 아름다운 시민들이었다.
낭만적인 옛날 건물에 현대적인 콘서트홀.
그렇게 태어난 알테 오퍼에서 우리는 음악의 세계에 빠질 것이다.
HR 신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는 John Storgards
피아노 Martin Helmchen
사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는 처음 이름을 들어본다.
그렇지만, 연주자까지 다 따지면 음악회를 갈 수가 없다. 뭔가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지, 인생이지.
프로그램은
바흐/안톤 베베른 리체르카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K. 451
브루크너 6번 교향곡
프로그램이 아주 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 가질 수는 없으니,
알테 오퍼에서의 연주, HR신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아주 현대곡이 아닌 것만 해도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이 음악회를 찍었다.
첫 곡 바로크 작곡가 바흐의 '음악의 헌정' 중 <라체르카레>를 현대작곡가 베베른이 어떻게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을 했는지 궁금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뭐 잘 아는 것이고,
브루크너의 6번 교향곡은 기대되는 곡 중 하나다.
브루크너 하면 교향곡이 길어서 패스하게 되는 작곡가 중 한 명인데, 좋은 오케스트라의 좋은 연주로 실제 콘서트에서 들으면 브루크너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해가 더 잘 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는 내가 패스했던 이런 작곡가들을 새롭게 만나게 되는 경험을 프랑크푸르트에서 하게 될 것이 설렜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더 좋았다.
HR신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Alain Altinoglu의 지휘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런 기회에 새로운 지휘자를 알게 되는 것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계속 듣는 지휘자의 연주만 듣게 되거든.
알테 오퍼의 콘서트홀은 정말 멋졌다.
외관은 낭만시대 모습이지만, 실내는 완전 현대식이었다.
좌석 공간이 넓어서 내가 일어나지 않아도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가장 가운데 좋은 자리를 잡아서 언니들이 나보고 '자리요정'이라고 해주었다.
연주는 역시 독일 오케스트라는 기본적으로 연주를 아주 훌륭하게 해 주어서 믿고 들을 수 있다.
HR 신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믿고 듣는 연주였다.
탄탄한 음색과 연주 실력으로 아주 아주 훌륭한 연주였다.
바흐 곡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좋았고, 브루크너는 중간중간 숙면에 빠질 뻔했지만 고비를 잘 넘겨서 훌륭한 연주를 아주 잘 볼 수 있었다.
브루크너 교향곡 길이가 길어서 10시가 훨씬 넘어서 끝났지만, 호텔까지 5분 거리라 아주 좋았다.
시차와 관광으로 피곤했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훌륭한 연주로 행복한 밤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전날 밤의 감동을 다시 느끼러 알테 오퍼로 갔다.
여전히 멋지고 아름다운 콘서트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