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 말고는 쾰른에서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아주 큰 오산이었다.
음악회 가는 것 외에는 쾰른에서 할 일이 별로 없네 생각했었는데,
언니들의 제안으로 쾰른 개인 투어가 있는지 찾아봤다.
지난번 라인강 투어가 아주 맘에 들어서 쾰른에는 그런 거 없냐고 성화다.
그래서 찾아보니 '쾰른 구도심 걷기'같은 투어가 몇 가지가 있었다.
<마이 리얼 트립>에 보면 이런 개인 투어가 여러 가지 있다.
여러 쾰른 투어 중에서 쾰른을 걸어서 구도심을 여행하는 투어가 마음에 들어서 언니들에게 이야기하고 예약을 하려고 하니, 가이드님이 직장인이시라 오후 7시 돼야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우리랑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언니들에게 '내가 할게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실 쾰른에서 살았었는데 뭐 알아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찾아보니,
별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다니면 딱 좋은 곳이라서 쾰른 구도심 투어를 내가 직접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예행연습을 하러 떠났다.
쾰른 대성당을 지나 호에슈트라쎄 Hohe Strasse 쪽으로 걸어가면 분수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구도심 여행이 시작된다.
그 분수에서 보니 우리가 쾰른에서의 첫 점심을 먹었던 맛집 Früh도 보이는 이미 알고 있는 곳이다.
그 분수를 지나서 쾰른 대성당 옆으로 대성당을 끼고 한 바퀴 돌아 구 시청사 쪽으로 걸어가면,
향수 박물관이 보이고, 향수 박물관을 지나서 라인강변 쪽으로 걸어가는 그 길이 아름다운 구도심 거리이다.
이미 다 아는 곳을 다른 방향에서 보니 곳곳에 아름다움이 숨어있었다.
아니, 숨어있지 않고 그냥 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이다.
걸어가는 길마다 현대와 옛 모습이 어우러져서 더욱 아름답게 여겨진다.
내가 쾰른 살 때는 학교가 어느 도시에서 될지 알 수가 없어서 정착할 집을 구하지 못하고 늘 어디론가 떠나기 직전처럼 몸도 마음도 떠다니던 시절이었다.
빨리 학교가 정해지고 나도 저런 집에 집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던 시절,
아름다움보다는 남들이 사는 집이 부럽고, 남들은 잘 사는데, 나만 정착 못하고 힘들게 사는 것 같아서 괜히 혼자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즐길걸, 뭐라고 걱정을 안고 무겁게 살았나 싶지만,
그때의 나는 성숙하지 못해서, 아니면 어려서 스스로 힘들게 살던 쾰른에서의 시간이다.
작은 골목길을 지나며 그때의 생각이 났다.
미성숙해도, 힘들었어도 어떻게든 살아낸 내가 감사하고 기특하다.
구 시청사 앞의 광장을 가로질러서 작은 골목을 쓱 지나면 아름다운 라인강이 펼쳐진다.
그 라인강 앞에 진짜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성 마틴 성당과 그 앞의 좁은 집들이 정말 이쁘고 아기자기하다.
거대한 도시 쾰른에서, 거대한 고딕 양식의 높고 높은 쾰른 대성당만 본다면
이런 거대한 도시 쾰른 속 작은 아기자기한 구도심의 숨은 곳을 못 본다.
이곳을 보고는 언니들에게 '쾰른과 사랑에 빠질 거예요'라며
"쾰른과 사랑에 빠질 준비하고 나오세요"
아주 자신 있게 소리쳤다.
독일 쾰른 구도심 투어
내가 직접 안내한 쾰른 구도심 투어를 통해서 나의 쾰른에서의 아픔이 다 사라졌다.
이제는 '쾰른, 아주 좋아요, 꼭 가보세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라인강 변이 별로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데,
구도심을 통해서 나간 라인강변은 정말 아름다웠고,
뭔가가 평화롭고 여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유로워졌는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쾰른을 다시 보고 쾰른에서 쾰른의 아픔을 치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