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중학생이 되는 둘째는 입학을 하기 전에 여행하기를 원하였는데 초등 저학년 때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삼 학년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닌 아이를 믿고 봄방학 때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여행지는 하와이였다. 짐을 꾸리고 김해공항에서 출발하여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환승하여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있는 공항에 도착하였다. 오랜 비행시간과 피곤한 몸으로 긴 줄을 기다린 끝에 아이와 함께 입국심사대에 섰는데 출입국 관리 직원은 여권과 여행사에서 준 서식에 내가 쓴 허가증을 살피더니 아이에게 "Your mother?" 하면서 매섭게 노려 보았다. 평소에 낯가림이 있던 아이는 무서웠는지 입을 꼭 다물고는 "Yes"라는 그 짧은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아이가 얼른 입을 열기 기다렸지만 입을 꼭 다문 아이를 보며 머리가 하얘지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짧은 시간 고민하고는 "My son, The travel agency gave me a permit"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제야 그 직원은 딱딱한 표정을 풀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우리를 보내주었다.
여행을 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이유로 여행사의 패키지에 가입하여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이틀을 보낸 우리는 나머지는 자유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말은 안 하고 듣기만 하는 아이는 원어민의 빠른 말을 이해 못 할 때면 설명을 하였고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대신에 나는 서툰 영어로 레스토랑에서 음식도 주문하고 쇼핑센터 피팅룸에서 옷도 입어보고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며 여행을 즐겼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에 기상악화로 인한 연착으로 마지막 환승 비행기를 놓친 우리는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2성급쯤 되는 호텔에 일박을 하였다. 상공에서 오랫동안 있어서인지 나는 목이 말랐는데 방 안을 둘러보아도 그 흔한 생수병 하나 보이지 않아 나는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where's water?" 하고 물었다. 호텔 직원은 영어로 화장실에 있는 수돗물을 받아먹으라고 하여 나는 두세 번 다시 물어야 했다. 나중에 일본어를 전공하고 먼저 여행을 한 친구가 일본은 화장실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다고 하였는데 수돗물을 나는 그냥 마실 수 없어 커피포트에 받아서 끓여 마시고 잤다. 비행기 연착으로 필요한 짐을 찾아 항공사 직원이 알려준 버스를 기다리며 만난 친오빠를 만나러 하와이에 여행 갔다는 은행에 다니는 미혼 여성은 지난밤 목이 말랐지만 참고 잤다고 내게 말하였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ABCD를 처음 배운 나는 학교에서는 영어전공자가 아닌 사회선생님이나 다른 과목을 가르친 선생님으로부터 영어를 배웠다. 사회를 가르친 선생님은 교과서 내용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같은 문장을 영어로 번역해 놓고 외워라 하였는데 영어를 전공한 선생님도 발음이 이상하여 외계어 같은 영어시간이 재미없긴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 처음으로 영어에 흥미를 느끼며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길 원하였지만 무산되고는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내게 영어는 흰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자요 수준이었다.
세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내가 영어를 다시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뜻밖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게 병이 찾아와 약물과 방사선 치료로 편도를 다쳐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귀인이 알려준 영양제를 구입하기 위하여 해외직구를 하게 되었다. 어쩌다 한두 번 잘못 배달된 것을 반품하려면 나는 다른 상품이 왔다며 메일을 보내야 했는데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져가며 물건을 반품시키고 다시 새 상품을 받는 과정을 통하여 오래전에 잊었던 영어에 대한 갈급함이 생겼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분주한 듯이 보였다. 그때 나는 사막에 홀로 던져진 낙타처럼 스스로 친 올가미에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병이 찾아와 치료를 끝낸 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시간을 보내고 집중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던 나는 영어도 배울 겸 해서 영어채팅을 시작하였다. 미국에서 방송국 pd로 일한다는 그는 내게 어디서 영어를 배웠냐며 잘한다고 칭찬을 하였는데 기본적인 읽는 것은 어느 정도 되었지만 문법에 맞게 쓰는 것이 훈련이 덜 되었던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그에 딸린 월간지를 매달 구독하며 혼자 영어를 배워 보기로 하였다.
삼 년 정도 꾸준히 듣고 월간지의 빈칸을 메운 결과
눈에 띄는 글자는 읽기가 훨씬 쉬워졌으며 보다 편하게 영양제를 주문하며 영어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말과 다른 어순을 익히기 위하여 기초 영문법 책을 사서 혼자 공부하였는데 지금은 미드를 보거나 팝송을 들으면서 듣기 능력을 키우는 중이다. 빌 게이츠나 유발 하라리 또는 일론 머스크의 강의 같은 것을 유튜브로 시간 나는 대로 들으며 감을 잃지 않으려 하는데 둘째가 대학생이 되면 함께 자유여행을 하며 영어로 맘껏 말해보고 싶다.
팝송에 흥미를 느껴 흘러간 올드팝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차 안에 틀어놓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 차의 cd를 틀면 Backstreet의 " i want it that way " 가 흐르고 나의 어깨는 들썩이기 시작한다.
공자가 말하기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못하다'라고 하였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영어공부를 하면서 생활의 활력이 생기는 것을 느끼며 배우기에 늦은 때란 없다란 말처럼 나는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