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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전소 Nov 07. 2019

행복을 위해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은 직장이었다

마흔 살 욜로족의 부동산 힐링 에세이 8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은 목표일 것이다. 부동산 투자도 역시 다름이 없었는데 이쯤에서 나는 목표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갖고 싶었다면 사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겠지만 나는 내 시간을 쓰는 일은 현재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적은 시간을 투입해 적당한 정도의 돈을 벌면 나는 충분했다.


나의 재테크 목표는 확실했다.


행복



나는 오랫동안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한동안 비관론적인 철학과 불교의 교리에 빠져 있기도 했다. 몇 년간 이것들에 기대어 사춘기 못지않은 방황을 하면서 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행복하지 않은지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공부한 바로 행복은 어떤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안정적인 현실 위에서 느끼는 약간의 즐거운 상태를 의미하지 않을까 한다. 쇼펜하우어는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인 거라고 우겼지만 그건 내 인생을 너무 허무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행복은 좀 더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내린 행복의 정의에 의하면 나는 내 현실에서 불편한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즐거운 것들을 하나씩 추가하면 계속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은 복잡한 공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에 해당되는 분야이므로 나는 내가 만든 단순한 공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를 위해서 나는 우선 나를 알아야 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내 행복을 추진할 수 있으므로 나는 진지하게 심사숙고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기껏 생각해 낸 것도 늦잠이나 한가로운 시간 등 시답지 않은 것이었음에 반해 싫어하는 것은 단 0.1초 만에 답할 수 있었다. 역시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에 민감하다. 그렇다면 행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적극적으로 불행을 제거하는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은 직장이었다.



교사의 직장은 두 가지 트랙으로 구성이 된다. 하나는 아이들, 다른 하나는 어른들. 교사의 주업이 가르치는 일이므로 아이들 트랙이 더 클 거라고 예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중요하지만 크지는 않다. 반면에 어른들 트랙은 중요하지 않지만 크게 느껴지는 것이 교사들의 현실이다. 교사도 직장인일 뿐이다.


교사는 일정 부분 독재자 기질을 갖고 있다는 말이 있다. 교실 안의 작은 독재자. 교실에서는 주도권을 쥘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하게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 교사다.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가끔 이것이 지나쳐 어른들 트랙에서도 자기의 잣대를 들이미는 교사들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이 주위에 한 두명만 있어도 불행에 잔뜩 민감해 있는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직장을 그만 두면 동시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니 일석이조였다.




나에게 직장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아직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학교는 어른들 트랙이 필요 이상으로 컸고 그곳에선  불행한 일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었다. 가르치는 일은 꼭 학교가 아니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가르치는 일을 제외하면 학교는 나에게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으므로 적당한 정도의 수입원이 생긴다면 그곳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다.


나는 삶에서 제일 큰 불행을 없앰으로써 행복에 이르는 길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목표가 생기니 부동산 공부는 더 재밌어졌고 열중할 일이 생기니 어른들 트랙에 대한 내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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