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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전소 Nov 12. 2019

모르는 놈, 아는 놈, 움직이는 놈

마흔 살 욜로족의 부동산 힐링 에세이 11


학창 시절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늘 모범생의 틀 안에 있던 나는 무엇을 시작할 때 공부부터 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재테크는 시험공부가 아니었다. 주어진 범위 안에서 출제되는 시험문제는 예측 가능하고 기출문제도 있지만 재테크는 정해진 범위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각자 능력껏 돈 버는 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개척자 같은 성질을 가진 사람이 유리했다.


이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몰라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어떤 사람은 전세 갭 투자가 답이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투자를 해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만이 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방도 좋은 기회는 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답형에 익숙한 나는 공부를 통해 어떤 방법이 가장 수익률이 높은지, 내가 뭘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공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나 다양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성공한 방식을 알려줄 뿐 이것들 사이의 우열은 가릴 수 없었다.


나는 이들이 왜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답은 개별성에 있었다.


각자 처한 위치가 다르고 선호도가 달랐기에 시작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해도 전세 갭 투자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월세 투자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결국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되는 것일 뿐 최고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공통점은 알아내고 싶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을 시작하게 되었고 발전시킬 수 있었는지 이들의 초창기가 궁금해졌다. 지금은 이미 방법을 알아냈고 그것을 남들에게 전파하고 있지만 과거의 그들도 나처럼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것들이 있다. 돈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도전하라는 것. 너무나 뻔한 말 같아 식상하지만 사실 이 말엔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관점을 바꾸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보다 도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



성공한 이들은 움직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모르는 놈보다는 당연히 아는 놈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재테크는 아무리 많이 알아도 직접 시도하지 않으면 수익률은 0% 일 수밖에 없다. 모르는 놈이나 아는 놈이나 다를 게 없다는 말이다. 알아야 할 것이 많은 부동산 경매 분야에서도 낙찰까지 경험해 보는 수강생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어떤 저자의 말은 결국 움직이는 놈이 승자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승자들이 비법을 알아낸 방법은 지속적인 도전과 실패를 통해서였다. 책은 어쩔 수 없이 과거를 돌아보며 적은 글이므로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런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므로 그가 어떻게 그 비법을 찾아냈는지를 알고 싶다면 활자로 적힌 것에만 집중을 하면 안 된다. 그들이 그 시절에 배울 수 있었던 방법은 모두 실패를 통해서였고 그것은 책에 자세히 적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모범 답안을 보지 않는 것이다.


문제가 안 풀려 모범답안을 들춰보면 너무나 쉬워 보이고 당연하게 생각되어 이해가 쉽게 되겠지만 중요한 건 시험이다. 시험지를 받았을 때 이것이 기억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실제로 답안지를 보면서 이해한 것은 기억이 잘 나지도 않는다.


효과적인 수학 공부는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지'를 연습하는 것인데 모범답안은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잘 정돈된 문제 풀이과정은 보기엔 아름답지만 사실 얻을 것이 없다.


나는 이것이 재테크 책에도 적용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범답안처럼 깔끔하게 일사천리로 인생이 살아질리는 없지 않은가? 책과 모범 답안은 한결 같이 첫 단추의 비밀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떻게 시작하는지'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은 이들이 비법을 발견하기까지의 사고 과정이고 그것은 활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들이 모두 움직이는 놈에 속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성격이 급한 것이 어쩌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생각해 보니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는 원동력도 이미 내가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고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싶기에 공부를 지속하고 있었다.


특히 직접 집을 사고 주택임대사업자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책에 적혀있던 그 문장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경험하면서 활자가 가진 힘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득 나는 그동안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스러워졌다.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의도를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았을 거라고 짐작이 됐다.


나는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의미가 바로 이건가 싶어 지면서 내가 학창 시절에 국어를 어려워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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