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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조 Nov 01. 2020

취업 그 후

취업 성공 후 연수원에서 동기들과 교육을 받았고 이후 실무에 투입되었다. 다만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인턴을 하며 예상했던 대로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아주 나쁜 수준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저녁식사 대신 두유만 마시며 야자가 끝나고 매일 밤 11시에 운동을 하며 다이어트를 했을 때보다, 대학생 시절 몸이 아파 병원에서 수액만 맞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5일을 지냈을 때보다 회사원이 되었을 때 살이 더 빠졌다.


결국 다시 토익을 접수했고, 오픽을 접수했다. 현직자 스터디도 시작했다. 퇴근 후 저녁 값은 평균 8,000원, 2시간 스터디룸 대여비는 6,000원. 나중에는 초저가 이직 보고서 또는 초저가 재취업 보고서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취업시장은 점점 더 얼어붙고 있기만 하다는 점이다. 회사 동기들과 자주 나누는 말이 ‘우리는 막차 탔다’라는 것이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에도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매일같이 청년 실업률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고, 취업 박람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상담이라도 한 번 하려면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중 청년 실업 문제가 주요 화두가 되면서 한두 해 정도 주요 대기업들과 공공분야에서 대규모 채용 붐이 있었다. 이후 사기업은 물론 그나마 채용이 많았던 공공분야에서도 채용 인원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고 특히 올해 들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얼마 전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자신감 도둑’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자존감에 가장 많은 상처를 입힌 자존감 도둑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1위라는 것도, ‘지금까지 뭐 했냐’ 또는 ‘집에만 있지 말고 좀’ 같은 말이 가장 상처되는 말이라는 것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결과였지만 가장 마음이 아프고 공감되었던 것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딱히 방법이 없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딱히 회복할 방법도 없는 채로 상처를 품고 지낸다. 취업 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족들과 친척들,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인정받지 못할 노력을 하며 버텨야 한다. 나는 주변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취업에 성공한 편이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하던 시절, 현역으로 입학한 친구들을 보며 느꼈던 묘한 부담감을 반대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나둘 친구들이 취업을 하며 우리가 나누는 말은 "결국 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더라."라는 것뿐이다. 누가 어느 단계를 거치고 있든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물론 생기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응원과 희망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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