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 조 Nov 01. 2020

우리는 정말로 자기소개서를 다 읽어봅니다.

‘우리는 정말로 자기소개서를 다 읽어봅니다.’라고 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지원자는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기업에서 자기소개서를 다 읽는다는 말에 대해서는 반 정도는 믿고, 반 정도는 믿지 않는 편이다. 지원자가 정말 많은데,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자기소개서를 읽기로 유명한 회사들이 몇 군데 있는데, 이런 곳들에 지원을 할 때는 좀 더 정성을 들여 쓰기도 한다.


흔히 이력서에 작성할 스펙을 완성하고 나면 자기소개서는 양치기를 한다고 한다. 특정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맞춤으로 준비를 한다기보다는 일단 여기저기 그물을 던져놓고 한 단계씩 합격할수록 준비를 더해나가는 것이다. 대부분 회사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의 질문이 비슷하므로 미리 몇 개의 샘플을 작성해놓고 지원 시마다 조금씩 수정하는 것이 양치기의 주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서류 지원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으로 다른 회사에 지원했던 자기소개서를 붙여 넣느라 회사 이름을 잘못 작성하지 않는 것이 꼽힌다.


한 시즌에 자기소개서 최소 20개는 기본이다, 평균은 50개다, 누구는 100개 써서 최종 합격까지 갔다는 말이 많기 때문에 양치기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주요 대기업들을 시작으로 채용 시즌이 시작되는데, 중견‧중소기업까지 줄줄이 이어지므로 하루에 몇 군데씩 지원서를 넣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처음 지원서를 낼 때는 한 회사의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장장 일주일이 걸렸다. 지원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에는 양치기보다는 정말 가고 싶은 회사만 몇 군데 지원해보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정성을 들여도 서류 단계에서부터 탈락이라는 발표를 보고 나면 양치기가 시작된다. 다음 회사는 이틀, 그다음 회사는 하루, 그다음 회사는 2시간, 그다음 회사는 1시간... 지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투입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서류 전형에서의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최근 AI 인적성을 도입하여 모든 지원자에게 시험 응시 기회를 주거나 서류의 적합/부적합 여부만 따져서 필기시험 기회를 주는 회사들이 있다. 이런 회사들을 서류 적부 기업이라고 하는데, 적부 기업 위주로 지원서를 내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회사들은 필기시험 경쟁률이 몇 백 대 일이 되기도 한다. 사실상 서류만 통과할 뿐, 다음 단계를 통과하기는 더욱 힘든 것이다. 그래도 일단 시험을 쳐볼 기회가 생긴다거나, 필기시험 점수를 알려주는 경우에는 이유도 모르고 서류부터 탈락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이유에서 이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치기를 하는데 가장 지원하기 꺼려지는 회사가 있다면 회사 지원 동기나 업계 관련 이슈를 묻는 회사들이다. 이 경우에는 준비해둔 샘플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분석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사들의 경우 마감 때까지 작성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제출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 점을 활용하여 회사에서 일부러 지원자수를 줄이기 위해 문항을 어렵게 만들거나 글자 수를 많이 쓰도록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한다. 문제는, 나 역시 경쟁자가 별로 없겠지 생각하고 기업 분석도 열심히 하고 회사에서 제시하는 조건에 꾸역꾸역 맞추어 지원서를 제출해도 결과는 똑같이 탈락이었다는 것이다.

이전 10화 운 좋은 알바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