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으로서 이력서에 작성할 수 있는 또 다른 사회 경험에는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등이 있다. 나의 경우 학교에서 매 학기 최소 1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채우는 학생들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고, 40시간 이상 할 경우에는 학점으로 인정해주기도 했다. 이 덕분에 학교를 다니며 여기저기서 봉사활동을 했고 이를 이력서에 녹여낼 수 있었다.
나는 재수를 했기에 먼저 대학교에 입학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친구의 소개로 한 봉사활동 센터에서 함께 봉사를 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어 사회봉사를 하는 직장인이나 주부 분들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분들을 보며 “봉사활동하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지금도 이 생각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직장인이 기부하기 어려운 것은 돈보다 시간이다. 일주일 중 무려 5일 동안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출퇴근 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전한 나의 시간은 많아봤자 하루에 세 시간 정도다. 그렇게 얻게 된 주말이라는 이틀의 시간은 때로는 친구들과도 약속을 잡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중하다. 그러한 와중에 본인의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그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했으면 좋은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나고 이력서를 쓸 때도 사회적 책임감과 봉사 정신을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것으로도 나를 포장해볼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운 계기로 봉사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센터에서는 가끔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회식 자리를 갖곤 했다. 서로 봉사하는 시간대가 다른 사람들끼리도 만나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한 번은 나도 그 자리에 초대되어 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처음에는 어색하게 인사했지만 매니저의 주도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람들과 번호 교환을 하고 집에 왔는데, 10살도 넘게 차이나는 아저씨가 연락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같은 센터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꽤 오래 하셨던 분이라 연락을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마침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그 센터에서의 봉사활동을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