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르바이트 경력이 매우 화려한 편은 아니다. 여기저기 다양하게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도 않았고, 한 곳에서 오래 일해보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대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한다는 대학생 과외도 해본 적이 없다. 가끔 나의 일상 스케줄을 좀 더 빡빡하게 채우고 싶거나 부모님의 관리에서 벗어나서 내 돈을 마련해놓고 싶을 때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니곤 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되면 “돈은 엄마 아빠가 줄 테니 공부나 해라” 또는 “뭐하러 사회 경험을 벌써부터 하려고 하냐”는 말로 말리곤 하셨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 말에는 절반 정도 공감이 된다. 사회 경험을 일찍부터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나에게 있어 아르바이트를 통해 보는 사회와 직장 생활을 통해 보는 사회는 너무나 달랐다.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 한 학기 동안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학교 근처다 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이 주요 손님들이었다. 한 번은 손님의 요청으로 장국을 리필해주다가 가방에 국을 엎은 적이 있다. 나는 너무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티슈로 열심히 가방을 닦고 페브리즈를 가져다 드렸다. 착한 손님은 표정은 굳어있었지만 애써 괜찮다며 일행과 함께 남은 음식을 먹고 자리를 떠났다. 사장님도 모르게 덮어진 실수였다.
사장님 역시 아르바이트생들을 항상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분이었다. 그 가게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저녁식사를 너무 맛있게 차려주어 일 년만 일을 해도 5kg씩 살이 찌는 곳으로 유명했다. 일을 그만두고 일 년쯤 뒤, 가게를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찾아뵙지 않은 게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도 가게 한 번 가서 몰래 사장님 얼굴이라도 보고 와야겠다 싶어 가게에 찾아갔는데, 사장님은 주방에서 나를 발견하시고는 왜 연락도 안 하고 오냐며 이것저것 음식을 더 해주시고 후식 과일까지 가져다주셨다.
그 외에도 좋은 학원 원장님들 밑에서 보조 선생님도 하고, 옷가게나 전시회 등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사회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을 느꼈다. 아마 내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상대적으로 무난하고 편안한 일들만 겪어봐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회사라는 사회 경험은 더욱 혹독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사회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