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한증이 있어 평소 손에서 땀이 자주 나는 편이다. 긴장을 하면 땀이 더 많이 난다. 어릴 적에 시험을 볼 때도 OMR카드를 체크하며 손에서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정답지가 울기도 했다. 채용 절차를 거치며 손에서 땀이 가장 많이 나는 단계는 바로 면접이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면접을 보고 나오면 무릎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 있곤 했다. 무릎에만 다른 천으로 패치를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면접 공포증은 대학교에 오며 시작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제대로 된 면접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입학 후 한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 지원 신청서를 넣었다. 얼마 후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는데, 동아리 선배님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있고 분위기는 생각보다 싸늘했다. 나는 한껏 쫄아서 염소 소리를 내며 겨우 면접을 치렀는데, 다른 동기들은 노래 가사를 개사해와서 부르기도 하며 당차게 본인을 어필했다.
채용 과정에서의 면접도 비슷하다. 면접 분위기가 어떨지 모르고, 면접관의 인상이 어떨지 모르고, 어떻게 나의 약점을 잡아 꼬투리를 잡을지, 내가 준비하지 못한 질문을 던져 날카롭게 파고들지 그 자리에 가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서류와 시험에서 대부분의 지원자가 탈락하기 때문에 면접까지 오면 지원자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한두 번의 면접만 통과하면 꿈에 그리던 입사에 성공하기 때문에 면접 단계에서 부담감이 더해지는 것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말을 아주 잘하는 지원자가 옆에 있다면 자신감은 더욱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면접에서는 밝고 활기차고 패기 있는 신입사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에서 원하는 모습이 있고 그에 맞추어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처음의 나는 잘 웃거나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를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기대하는 신입사원의 모습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세세한 측면에서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했다. 이 점이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는데, 면접에서 말해도 되는 단점, 말하면 안 되는 단점이 있고 어필하면 좋은 취미와 안 좋은 취미가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는 혼자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잔다는 답변보다는 친구들과 모여 축구를 하거나 술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변해야 활기차고 밝고 사교성 있는 ‘신입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면접은 회사와 지원자의 궁합을 보는 단계라고도 한다. 사실 면접관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 단계인데, 탈락한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떨어진 것으로 너무 좌절하거나 후회의 방에 계속 머물러 있기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면접 분위기나 면접관의 태도에 따라 지원자도 그 회사에 더욱 입사하고 싶어지는지 아니면 붙어도 가기 싫은 회사가 되는지가 정해진다. 다만 면접 중에 이러한 속마음을 말하고 뛰쳐나올 수도 없고, 가기 싫어진 회사라도 요즘 같은 취업난에 붙여만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하고 갈 테니 결국 회사와 지원자의 입장은 딱히 달라질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