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았습니다

by 한지연

잘못이 아님에도 이분법적 마음이 내 잘못으로 누명 씌워

삶이, 마음이 미리 사과하고, 스스로 탓하고, 생각 속에 갇혀 살았습니다.

스스로 죄인으로 만들어 가두고, 벌주고 조였습니다.

그래야 하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의,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누군가와 다르다는 내 잘못이라고 다그쳤습니다.

나는 더 자책하고, 지구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도 내 탓이기를 바랐습니다.

사과할 일이 아닌데도 사과했습니다.


아파서 미안해요

자주 깨서 미안해요

기침이 시끄러워서 미안해요

심장 때문에 뒤척여서 미안해요

담배와 매연에 숨 못 쉬어서 미안해요

한복판에 쓰러져서 미안해요

숨차서 미안해요

그런 말 해서 미안해요

내가 달라서 미안해요

이제 같은 걸 먹지 않아서 미안해요

자꾸 변해서 미안해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스스로 존재 자체를 거부했다는 것을

스스로 소멸하고자 했다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되어 온 자책과 자학의 시간은 삶을 끊임없이 죽이고

삶과 나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것을

삶과 나를 잔인하게 분리했다는 것을.


이제라도 나를 머리 숙여 사과시키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과 주고받는 대화는 이것으로 전부 대체하겠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곧 삶이고, 삶이 곧 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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