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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라봉 Aug 10. 2019

기대감에 일상을 보낼 수 있던 날들

처음부터 한달살기 여행을 생각한 건 아니야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즐겁다' 수준이 아니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루 종일 책을 보고 검색하고 정리하면서 스트레스를 사서 받았지만, 몰입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 들었다.(그런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반갑다)

  여행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분은 구름을 떠다니는 것처럼 좋았다.

그 기대감에 일상을 보낼 수 있던 날들이었다.



어떤 여행을 할까?


처음부터 한달살기 여행을 생각한 건 아니다. 휴직하고 긴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구체적인 계획을 위해 남편과 행복한 회의를 했다.


   유럽 전체를 돌아다니는 여행을 할까?

   몇 개국을 선택하여 돌아다닐까?


SNS에서 여행사 패키지여행으로 진행하는 <다같이 한달여행 컨셉>을

'이게 솔루션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눈을 반짝이며 들여다봤다. 전에 이런 여행을 봤을 때는 '당연히 나에게는 불가'라고 생각하고 바로 지나쳤는데, 이제 참여할지 말지의 선택권이 생기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사의 <다같이 한달여행 컨셉>은 여러 명의 사람들과 한 달 동안 유럽의 명소를 여행한다. 언제 어느 도시로 이동할지 일정이 짜여있고 짧으면 반나절, 길면 3일 정도 머물렀다. 하루씩 이동하는 일정이 포함된 스케줄표를 보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정이 꽉 짜인 여행이라니.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이 여행하게 되면 어쩌지.

  늦잠 자고 싶을 때는 어쩌지.

  저질체력이라 조금만 걸어도 금방 쉬어야 하는데.

  한 곳에 더 길게 있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의 향연이었다. 나는 이래저래 원하는 게 많은 고객이었다. 딱 짜인 일정은 장점이 될 수 있는 걸 알지만 단점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람이 많으면 목소리 내기를 쑥스러워하고 의견을 잘 내지 못하는 내 성격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 면이 종종 나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히게 만든 건 그 당시의 상황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사회생활이라는 의무감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늘 사람들과 부딪히고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 남편과 나를 멈칫하게 했다.


긴 여행의 컨셉을 잡으려고 했지만, 기준이 없으니 기웃거리기만 했다. 심지어 직장인 단기 어학연수 광고에도 귀가 팔랑거렸다.

하고 싶은 여행이 뭔지 좀 더 명확하게 써보기로 했다.


  - 한 곳에 짧게 머무르지 않는 여행

  - 회사를 다닐 때는 할 수 없었던 여행

  - 단체 생활하지 않는 여행

 

리스트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둘만의 자유여행'


여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쁘게 이동하는 여행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컨셉의 여행이 남았다.

 

  - 한 도시 4~7일씩 머무르며 이동하는 여행

  - 한 도시에 오랫동안 사는 여행


4~7일씩 머무르는 여행은 회사를 다닐 때 연차를 내고도 시도할 수 있었다. 우리의 신혼여행 또한 그런 여행이었다.

회사를 다니면 할 수 없던 여행은 '한 도시에 오랫동안 사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컨셉은 <한달살기 여행>으로 정해졌다.



우리가 선택한 도시 - 프라하, 자그레브 


우선, '유럽으로 가자'는 의견은 명확했다. 유럽 중 어떤 도시에서 머무를지가 화두였다.

[브레인스토밍 노트] 유럽 한달살기 후보


프랑스 파리, 포르투갈 리스본, 체코 프라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스트리아 빈


이렇게 6개 도시가 후보가 되었으나 물가와 치안, 위치를 이유로 3개 도시를 제외했다.

 

물가와 치안 모두 최적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파리가 끌렸다. 한 달 숙소 비용을 알아보니, 안전하고 환한 위치 기준으로 200 ~ 250만원 정도. 파리의 숙소비용은 어마어마했다. 내가 그렇게 넓지도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예약 요청을 했다. 이제 한 단계 나아갔구나, 싶었는데 다음날 호스트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가 예약한 달에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 예약 요청을 받을 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무래도 파리는 우리와 인연이 아닌가 봐."

"파리를 가지 말라는 계시일지도 몰라."


파리에 이상하게 끌렸던 것처럼 이상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빠르게 파리를 단념하고 두 번째로 끌렸던 프라하 알아보았다.

안전하고 교통이 좋은 곳의 프라하의 숙소는 130만원이면 예약할 수 있었다. 파리 숙소값의 반절. 치안도 좋고, 물가도 낮은 프라하는 우리가 딱 원하는 도시였다.


 갑자기 숙소 비용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다른 도시들의 한 달 숙소 비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눈에 띄게 저렴한 곳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였다. 치안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한달살기 도시는 자그레브로 정해졌다.



  




 * '한달살기'를 명사처럼 고 있습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래 전자책에서 완성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 휴직하고 떠난 유럽 한달살기 여행(프라하, 크로아티아 유럽 한달살기 여행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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