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겁이 많아 별 것 아니어도 깜짝 놀라곤 한다. 날아다니는 벌레에 도망 다니고, 해외여행을 가면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온다.한달살기 여행을 준비할 때도 해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나열하고 상상을 펼쳤다.
- 캐리어를 잃어버린다면?
- 소매치기를 당한다면?
- 여권을 잃어버린다면?
- 정전이 된다면?
-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너무 과한 걱정이거나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모든 나라의 언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안다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총 두달살기인 한달살기 여행들이기에 더 신중하게 준비하고 싶기도 했다.
* 프라하 한달살기 + 크로아티아 한달살
= 총 두달살기
** 한달살기 준비 TIP(1)
- 한달살기를 위해 미리 준비할 일 1. 비상시 대처할 수 있는 물품 + 예비용 전자기기, 손전등(또는 작은 조명) 2. 여권사진과 바우처 등 여행 관련 주요 정보 이메일에 저장하기 3. 불편한 곳 미리 병원 진료받기 + 치과검진 및 사전 예방접종 포함 + 출발일 2주 이상 여유를 두고 방문할 것
상상을 펼치며 준비하기 효과
그날은 아침 6시 반에 상쾌한 기상을 하고 시작이 좋다며 웃었다. 그 싱그러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천장 조명의 필라멘트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을 보이며 꺼졌다.
"이거 뭐야?"
"천장에서 불나지 않았어?"
남편과 나는 약 3초간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전기는 완전히 나갔다. 다행히 해가 일찍 떠서 빛이 충분히 들어왔다. 사방을 구분할 수 있었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온 캠핑 조명과 손전등을 꺼내 화장실을 밝혔다. 전기가 나가도 따뜻한 물이 나와서 잠시 기쁜 호들갑을 떨었다.(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지만 정전을 많이 겪어보지 않아서 그때는 그냥 기뻤다)
빠르게 씻은 후 호스트에게 연락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답이 없었다. 그동안 실내 차단기를 확인하고, 메인 차단기를 확인했다. 위험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꽂힌 전원을 전부 분리했다.
호스트와 연락이 되기 전까지 밖에 나가 우리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야외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따뜻한 햇빛에 몸을 바삭바삭 말렸다. 전기와 함께 나갔던 멘탈이천천히 돌아왔다.
프라하 숙소 메인 전기차단기, 포크를 이용해 열었었다.
그 후 호스트가 집에 방문하여 차단기를 다시 확인했고, 전기기사를 불러 해결할 수 있었다.
'상상을 펼치며 준비하기'는 이럴 때 도움됐다. 정전이 일어났을 때 가지고 간 손전등과 캠핑용 조명은 화장실에서 뿐만 아니라 배전반을 확인할 때도 유용했다.
전기가 나간 약 12시간 동안 남편과 내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예비용 전자기기 챙기기
어느 날은 화장실 변기 속에 퐁당 들어갔다가 나온 휴대폰이 먹통이 되었다. 볼일을 보기 전에 떨어뜨린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남편과 떨어져 혼자 나와있던 때라 휴대폰이 안되니 조금 무서웠다. 전자기기 의존증일지 모르겠지만 낯선 곳에서 휴대폰이 안되면 불안하다.
다행히 가방에 넣어둔 태블릿이 생각났다. 근처 카페로 들어가 와이파이에 연결하여 숙소로 가는 길을 찾았다. 태블릿이 없었다면 미아처럼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구글 지도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못하는 옛날에는 어떻게 해외여행을 다녔을까.
삼일쯤 지나 휴대폰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 사이 깨달은 것은 먹통이 될 때를 대비하여 바우처나 기타 예약 내역을 다른 곳에도 저장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
그 뒤로 해외에 있을 때는 중요한 것들을 이메일에 함께 저장해 두고 대체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꼭 가지고 다닌다.
해외까지 가서 아프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상하게 평소에 아프지 않았던 부분이 해외여행 직전에 아프고는 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연이은 야근을 했기 때문일까.(부재중 업무처리를 대비하지 않으면 돌아온 뒤가 힘들기 때문에 무리를 하곤 했다) 신혼여행 가기 직전에는 사랑니가 아파서 염증치료를 했을뿐더러, 꼬리뼈 염증때문에모소동 치료를 했다.여행 가서 아픈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총 두 달의 여행. 이렇게 긴 여행은 처음인데 다른 때보다 아플 확률도 높은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이가 아프면 어떡하지? 염증이 생기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꾹꾹 참다가 병원에 가지 않을까. 해외에서 병원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말은 어떻게 통하지? 한국보다 훨씬 비싸겠지? 여행자보험에서 필요한 서류들은 어떻게 달라고 해야 할까?'
한 가지를 생각하면 열 가지 걱정이 생겼다.
안 그래도 걱정을 껴안고 사는 유형인데, 마음속에 이 걱정을 다 담아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프기 전에 미리 검진을 받았다. (예약하고 진료받기까지 왜 이리 가기 싫던지) 치과 검진을 받은 후 발견한 충치 치료는 2주가 걸렸다.
여행 가서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평소에 불편했던 부분이 있다면 장기 해외여행 전에 꼭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실 나 또한 병원 가기를 아주 귀찮아 하지만, 탈 없는 여행을 위해서는 조금 부지런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