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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un 11. 2024

연금술사 이야기

이집트 입국 이야기

나는 꽤 오랫동안 여행을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며 지낼 때가 있다. 일정 여행 구간을 공유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것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비용을 나눠내기 위해 잠시간의 동행이 되기도 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자의 이익을 위해 뭉침과 흩어짐을 반복한다. 그러한 인연이 복잡하고 답답함을 느낄 때 나는 이집트 여해이을 시작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소중한 인연이 있던 이집트를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이집트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뭘까?

'피라미드. 스핑크스. 낙타, 사막...'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데, 떠오르는 단어가 있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을 적어 보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제법 떨어진 나라를 상상한다는 건 그 나라를 다녀와 보지 못한 채 미디어나 책으로 배운 정보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 말이다. 여행을 다녀온 뒤의 나는 전혀 다른 이야길 꺼내려고 한다. 


책 '연금술사'에서 주인공이 이집트에서 발견했던 보물과는 다르지만 나는 또 다른 보물을 발견했다.


우선 나의 여행을 설명하기 전에 소개할 두 친구가 있다. 

김동기는 나와 함께 긴 여행을 함께해 온 여행 친구로 지금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이다. 김혜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인연으로 다시금 이집트에서 인연을 이어간 친구 중 하나이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이 친구들과 함께 이집트라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다. 이 외에도 수많은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겠지만 이집트를 방문하게 된 계기, 이들이 있어 할 수 있었던 모든 일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아서 제일 첫 장에 이름 써본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사진은 동기의 사진으로 채워졌음을 먼저 고백한다. 나의 실수로 중동 및 아프리카 사진을 모두 잃어버려서 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동기의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를 허락해 준 동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고 난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인 케이프 타운 공항에서 비행기는 출발했다. 도착지는 이집트 카이로. 


이집트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뭔가 탐험가 같은 느낌도 들고, 모험가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별히 이집트가 다른 곳 보다 여행하기 좋은 환경이냐면 그건 또 아니라는 말씀. 근데 왜 이집트라는 나라는 유독 설렘이 있는 이름이 되었을까? 


개인적으로 이집트라는 나라는 동화에서 나올 법한 나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리적 아버지와 방에 누워 비디오를 빌려 보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와 남동생이 아직 어렸기 때문에 스스로 영화를 빌려 볼 수 없었을 때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 자주 영화를 빌려 오셨다. 홍콩 영화, 미국 영화 심지어 우리가 볼 수 있게 만화영화도 빌려다 주셨다. 아버지가 빌려온 까만색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수도 없는 세상이 들어있었고,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가 있다가 나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때 본 비디오 중 하가 '인디아나 존스'였다. 지금 다시 내용을 떠올려 보면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된 영화였지만, 주인공이 보물을 찾아 사막을 다니고, 비밀의 통로를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곳이 아마존 같은 정글이었고, 잉카 문명의 마추픽추였고, 이집트의 피라미드였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위에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한 삼각뿔은 고양이와 사자의 어느 중간쯤으로 보이는 스핑크스를 앞세우고 한 구역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옮길 수 없을 것 같은 큰 돌을 쌓아서 만든 건축물은 말도 안 되는 높이와 넓이를 자랑하며 척박한 모래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를 볼 땐 잘 몰랐다. 크기도 잘 가늠이 안되었고, 모래사막의 뜨거움도 잘 전달되지 않았다. 다면 황량한 모래사장 위에 자리하는 피라미드의 신비로움과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확신에 찬 기대감은 충분히 심어주었다. 


거기에 한술 더 보태며 이집트를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연금술사의 스펙터클한 반전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주인공의 배경과 내용은 충분히 이집트를 갈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연금술사는 대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의 소개로 읽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기억의 조각으로만 남아 있던 연금술사의 내용이 채워진 것은 전자책으로 여행 중에 다시 읽으면서부터였다. 


'파울로 코넬료'가 묘사한 이집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나는 정말로 카이로에 다가가고 있었다. 비록 아는 것 하나 없는 멀리 떨어진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지만 마치 꿈속에서 본 것 같은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카이로의 무자비한 사기꾼들의 말솜씨, 사막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바닷속 블루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던 수많은 한국 사람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면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던 작은 섬, 돼지고기 한번 먹자고 몇 시간을 차를 타고 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사막들 달리는 기분은 최고였던 곳, 누워 있으면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 이불. 정녕 말로 다 할 수 없던 짧은 나의 이집트 생활은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낸 보물과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추억하며 하루를 일도 못하고 보낸 적도 많이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행복이었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열렬히 살았기 때문에 그만큼 우린 그 시간을 사랑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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