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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Oct 13. 2022

쿠바의 자본주의

올 인클루시브 호텔에서의 숙박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얼마 멀리 있지 않은 곳에 바라데로라는 도시가 있다.  몇 년 동안 신혼부부에게 이곳은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지금도 캐나다와 유럽의 많은 신혼부부가 여행 오는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올 인클루시브(모든 서비스 포함)라는 조건의 호텔이 70여 개나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우리가 관광지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낮은 물가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곳이다.


그 이외에도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와 지리적으로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아바나 국제공항으로 도착한 사람들이 공항에서부터 출발해서 바라데로까지 오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는데, 신혼여행처럼 짐이 많은 경우엔 이곳이 편하게 휴양하기 좋은 편이었다.


아바나 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과, 승용차를 타고 들어 오는 사람들도 호텔 입구의 로비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오늘 체크 아웃을 해야 하는 사람 들고 오는 체크인을 하려고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인산 안 해를 이루고 있었다.


손에 들린 여행사 예약 바우처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방 열쇠를 받으면 끝이다. 열쇠를 들고 곧바로 방으로 올라 짐을 풀고, 우리의 마지막 여름휴가를 시작했다.

가방을 두러 방으로 올라간 우리는 중요한 물건을 모두 정리해 놓고, 열쇠 하나만 들고 방을 나섰다. 여름이 오기 전이긴 했지만 이미 더워진 이곳에서의 휴가는 언제든지 가능한 곳이다. 카리브해의 적절한 온도와 불어오는 바람이 이국적이었다. 들고 있는 잔에 담긴 칵테일은 분위기를 더 낯선 곳으로 만들어 준다.


안 그래도 여기 도착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쿠바스럽지 않음에 오히려 새로운 분위기 속에 들어온 느낌인데, 건물 속으로 들어가니 그 낯선 느낌이 더 깊어진다.


쿠바의 자본주의는 아바나의 신-시가지로 국한되어 있는 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바라데로에 도착하자마자 선입견이 깨진 것이었다. 전혀 쿠바스럽지 않은 건물들, 5월의 여름 날씨, 어딜 보고 있어도 바다가 보이는 위치는 이곳이 쿠바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다에 한참을 누워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배가 고프다 생각이 들면 근처에 있는 식당 어느 곳을 가든 스낵이 준비되어 있었다. 술은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었고, 콜라나 음료수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배가 고프면 배를 채우고 돌아와 다시 책을 읽고, 졸리면 잠을 잤다. 해야 하는 마땅한 일도 없고, 가야 할 곳도 없다. 그냥 누워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지고 있는 태양에 색이 바뀌어 가는 하늘을 보며 돌아갈 그날이 빨리 오지 않기를 빌었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다소 지친감이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 길었고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나마 멕시코 이후엔 스텐리가 있어 괜찮았지만 그전까지는 아니었다.


잠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여유를 즐기면 그동안 지났던 많은 시간을 들 정리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그려보기도 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바다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앉아 있다가 해변을 닫아야 한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아쉬운 걸음으로 호텔 로비까지 들어왔다. 해가 지고 나니 차가워진 공기에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문했는데, 옛날 한국 커피 집에서 주던 각설탕 자리에 사탕수수 하나가 놓여 있어서

'역시 쿠바는 쿠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는 식당은 스낵을 만들어 주는 식당보다 규모도 크고 좌석도 많으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도 많았다. 배가 부를 때까지 미련하게 저녁을 먹고 나서야 다시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로비 뒷문에 있는 큰 실내 수영장에서 저녁 수영을 했다.

여유롭지 못한 형편에 돈을 좀 쓰긴 했지만 귀국 전 마지막이라는 시간적 상황에 쿠바 자본주의의 끝 핀인 바라데로의 장소적 조건까지 완벽하게 들어맞으면서 최상의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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