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식 Jul 14. 2022

전등사 템플스테이

휴식, 안정 그리고 역사가 함께하는 곳

나에게 절이란?

이라고 하면 불교와 스님이 떠오른다. 맛있는 절 밥과 산, 아름다운 풍경이 상상된다. 코로나로 인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강화됨에 따라 템플스테이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부처님의 뜻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내가 가고자 했던 인천시 강화군 전등사에는 곧장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템플스테이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출발하자! 전등사로

전날 밤 기대되는 마음으로 간단한 소지품을 준비하고 다음날 아침에 차를 타고 전등사 남문 주차장으로 향했다.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해서 안내원을 통해 남문을 넘어 전등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절의 느낌이 좋았다.



공양을 처음으로 경험하다!

템플스테이 사무국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고 점심 공양을 먹으러 갔다. 절 밥을 처음 맛보는 순간이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찬 구성에 좋은 느낌을 받았고 맛 또한 괜찮았다. 절에서 한 달 정도 살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될 것만 같았다.



나만의 아늑한 공간

일찍 도착했던 터라 점심을 먹고 내가 하루 동안 머물 공간을 안내받았다. 깔끔했고 감염예방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베개 피와 이불 덮개를 개별적으로 제공했으며 손소독제도 비치되어 있었다. 좌식 책상과 서적이 있었으며 차를 마실 수 있게 티포트와 찻잔도 있었다. 그리고 LED 독서등과 헤어 드라이까지 있었다. 화장실은 공용이었으며 물은 약수가 있어 따로 텀블러나 물병이 있으면 좋다.



전등사를 둘러보며

오후 내내 밀짚모자를 둘러쓰고 절 내부를 돌아다녔다. 절 안에는 몇 개의 사찰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대웅보전이었다. 약사전과 삼성각 등 4, 5개의 사찰이 있었으나 대웅보전은 광해군 때 다시 보수되어 제일 오래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대웅보전의 색깔이 많이 바래 있었고 무언가 웅장함과 중후함이 더 느껴졌다. 약사전은 중생들의 병을 낫게 해주는 곳이라고 했으며, 이곳의 미륵불은 석불좌상이라 불리며 앉아 있을 때 양손의 위치가 배꼽을 향하여 손을 모으는 자세였다. 좌상 양옆으로 후불탱, 연불탱이라는 사신들이 함께 위치했다. 그 옛날에는 몸이 아플 때 의원보다는 사찰에 스님을 찾아가 절을 올리는 형태로 치료를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전등사에서 저녁을

오후 5시 30분에는 저녁 공양을 먹었고, 6시 30분부터는 타종식을 거쳐서 저녁예불을 30분 정도 드렸다. 여기서 절을 하는 법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불교식 절은 양발을 모으고 합장한 상태에서 무릎과 발등, 팔꿈치, 이마가 모두 바닥에 닿게 절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절은 구배주라고 불렀으며 엎드린 자세에서 양손을 합장한 채로 이마 아래 두어 마지막 절을 하는 방법이었다. 약 20번 정도 절을 했는데 정신 수양뿐만 아니라 운동효과도 있는 듯했다. 녁 8시쯤 되니 어둠이 깔렸고 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경험했던 것들을 써 내려가면서 시간을 보냈고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었다. 얼마못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잠이 들었다. 역시 속세를 끊기 어렵나 보다.



새벽 예불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다.

짜인 스케줄대로 오전 4시에 일어났더니 스님 한 분이 목탁을 치며 저 멀리서 천수경을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밤 중인 것 같은 느낌. 아무도 없는 사찰의 문들이 모두 열려 있었다. 스님은 목탁을 치며 각 사찰 안으로 들어가서 누군가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 보였다. 30분 뒤에는 새벽예불을 드리러 내려갔는데 템플스테이에 머물던 사람들 모두 빠짐없이 나와있었다. 절에 오면 모두 부지런해지나 보다. 예불이 끝날 때쯤 아침이 밝아 오기 시작했고 1시간 뒤에 아침 공양을 먹었다. 절을 뒤덮은 뿌연 안개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 듯 보였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시간이 7시가 되지 않았다. 일찍 일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구나! 그러고는 다시 방에 들어가서 아침잠을 자버리는 우를 범했다.

*천수경 : 천수관음의 유래, 발원, 공덕 따위를 말한 경문


옛 조선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삼람성, 정족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넓은 테두리 안에 전등사가 위치하며 한때 조선왕조실록이 잠시나마 보관되었던 정족사고라는 곳이 있다. 현재 모든 실록은 서울대학교에 규장각이라는 곳에 보관되고 있다고 한다. 고려 시대 몽골에 대항하여 끝까지 항전했던 곳이자, 조선시대 말기 프랑스와 미국에 조선의 자주성을 보여주었던 병인양요, 신미양요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곳. 템플스테이 마지막 날 정족사고 뒤 북문 쪽에 있는 탐방로를 둘러보며 옛 역사를 다시 한번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찰에서 휴식과 마음의 안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이전 15화 가평 하늘숲 글램핑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