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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Nov 25. 2023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매일 글을 씁니다

역사 속 아름다운 도서관에서!


작가로 살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쥐꼬리만 한 수입이라고 답하겠다. 작가로 살며 가장 행복한 점도 꼽아보자면, 어디에서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노트북과 맑고 또렷한 정신만 있다면 어디든 일터가 된다. 한 마디로, 전 세계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 파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쌀 때 가장 먼저, 꼼꼼하게 챙긴 건 바로 노트북이었다.




파리에 살고요, 글을 씁니다


우스운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파리에 살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보고 싶었다. 헤밍웨이처럼, 빅토르 위고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나의 청춘을 간직해 줄 이 도시, 파리에는 이미 역사 속 수많은 거장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으니까.


매일같이 빅토르 위고의 집을 지나다니고, 가끔은 헤밍웨이가 책을 사던 서점에 들락거렸다. 괜스레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천재들의 숨결이 한 올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이렇게나마 그 발자취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비록 딱 한 달뿐이지만, 내게도 '파리에 살고, 매일 글을 쓸' 기회가 주어졌다.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제대로 누려보기로 했다. 낭만과 사랑의 도시에서 원하는 글을 마음껏 써 내려가는 사치를!




어디에서 글을 쓸 것인가


앞서 '노트북'과 맑고 또렷한 정신만 있다면 어디든 일터가 된다고 언급했지만, 여기에서 노트북 못지않게 중요한 건 '맑고 또렷한 정신'이다. 글을 쓰는 건 장소를 크게 타지 않는 일이라고,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의 경우 장소를 고르는 데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즉, 내게 작가란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지만 아무 데서나 일할 수는 없는 직업인 셈이다.


마침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연재하며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든 싫든 매일 일정량의 글을 써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합한 장소가 필요했다. 아늑한 파리의 우리 집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겠지만, 이왕 지구 반대편까지 왔으면 집밖으로 나가 더 멋지고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파리에 간 글쟁이라면 한 번쯤은 꼭 해봐야 할 경험이 있다. 그건 바로, 멋진 도서관에서 일하고 책을 읽는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마치 꿈속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분위기의 도서관들이 파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날마다 백팩에 노트북을 쑤셔 넣고 떠나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독서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 답게, 파리 곳곳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이 널려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리슐리외 국립도서관이다. 별도의 회원카드나 입장료 없이도 들어갈 수 있어서인지, 현지의 학생과 노마드 워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야 여유롭게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사진 속 장소는 타원 형태의 열람실 '오발(La salle Ovale)' 홀이다. 아름다운 인테리어도 한몫했겠지만, 누구나 홀의 중앙에 놓인 책상에 자리를 잡고 자유롭게 일하거나 공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더욱 인기가 많다. 이곳에 앉아있는 동안에는 글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을 때마다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타원형의 홀을 둘러보았다. 마치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글을 쓰는 건 정말 황홀한 경험이다.


'예쁘기만 한' 장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오발홀은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는 최고의 워킹 플레이스다. 여기에서 프랑스인들이 미적 요소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데, 엔틱한 책상 아래쪽에 콘센트가 숨어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 문득, 이런 도서관을 일상적으로 누리는 파리 사람들이 아주 가슴 시리게 부러워졌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가끔 마음을 가볍게 털어내고 싶은 날에는 노트북을 집에 내려놓고 밖으로 향했다. 백팩에 책과 물병, 돗자리만 집어넣고서. 글을 꼭 각 잡고 앉아 노트북으로 써야 한다는 원칙은 버려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언제 어디서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거리에 놓인 초록색 벤치에 가만히 앉아, 나이 든 강아지들이 할아버지 곁에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제 몸집만 한 백팩을 등에 지고 빵오쇼콜라를 뜯어먹는 어린이들을 보며 웃기도 했다. 비록 거리에서 긴 문장을 써 내려가기는 힘들더라도, 그런 장면들을 잊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짧게나마 적어두곤 했다.


하늘이 유독 맑은 가을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 공원으로 달려가 사람들 사이에 드러누웠다. 쏟아지는 햇빛을 오직 선글라스 하나로 막아낸 채로 흐르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기 위해서. 아름다운 보주광장에 누워서 노트에 짧은 문장 하나를 적고는, 다시 덮었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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