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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l 04. 2024

'요즘 애들'이 작가가 되면 뭐가 다를까?

책이 출간된 후,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책이 출간된 후,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난 이야기

브런치스토리에 열심히 글을 올리며, 속으로는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브런치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브런치를 통해 탄생한 책이 그렇게 많다는데, 왜 내게는 제안 하나 없을까. 부푼 마음을 안고 브런치북 공모전에 내밀어 본 작품 다섯 개는 모두 떨어졌고, '작가에게 제안하기' 버튼에 연결해 둔 메일함도 잠잠했다.

언젠간 빛을 보리라 생각하며 매일 글을 쓰던 어느 날, 기적처럼 출간 제안 메일이 도착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 브런치북이 <침대 딛고 다이빙>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쥐뿔도 없는 젊은 작가가 살아남는 법


내 또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저는 작가예요."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대체로 반응이 뜨겁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네이버에 치면 나와요?"라는 순수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다. 요즘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작가라지만, 반의반 세기를 겨우 채워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직업인 게 분명하다.


젊은 작가라. 말만 들어도 낭만적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젊은 예술가가 날리는 멋진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제가 꿈꾸는 이상을 그렸어요. 작품이 곧 저의 삶이죠. 예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그러나 내 경험상, 실제로 젊은 예술가들이 자주 하는 말은 "그냥 취업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쥐꼬리만큼 벌어야 해?", "근로장려금 언제 들어와?" 정도다. 대다수의 젊은 작가는 쥐뿔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소위 '요즘 애들'이다. 컴퓨터 타자보다 스마트폰 타자를 먼저 익혔고, 통화보다 메시지가 편하며,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려 드는 그런 사람.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로 태어나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직업인 '작가'를 택하면서, 쥐뿔도 없는 젊은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해왔을까?




똑똑똑, 혹시 여기 독자 계신가요?


통상적으로 글을 쓰는 건 가의 일이고, 그 글을 책으로 완성해 세상에 알리는 건 출판사의 몫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가 쓴 글이 더 널리 알려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발로 뛸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는 작가가 더 흔한 듯하다. 원고를 써서 넘기는 게 끝이 아니라, 책이 세상에 나온 시점부터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는 셈이다.


나는 <침대 딛고 다이빙>이 출간된 이후로 매일 '독자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모든 서평을 읽어보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책 제목을 검색한다. SNS를 활용해 누구보다 열심히 독자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요즘에는 #침대딛고다이빙 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마다 직접 찾아가 댓글을 달고 있다. '작가님 등판!'이라며 놀라는 독자님들도 많다. 종이 속에서만 존재하던 사람이 현실 SNS 계정에 찾아온 게 신기하다고 이야기해 주시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뭉클해진다. 사실 정말 감사드려야 할 것은 나니까.




여기 보세요! 책이 출간되었어요!


젊은 작가의 발버둥은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 발로, 아니 손으로 뛰고 있다. 대표적인 일은 브런치스토리에 <침대 딛고 다이빙>이라는 동명의 브런치북을 발간한 것이다. 책의 내용을 알리는 열 편의 글을 써서, 출간 직후 주 4회 연재했다.


세이브본도 없이 주 4회 글을 올리려니 정말 힘들었지만, 알고리즘이 이러한 고군분투를 알아주기라도 한 듯 <침대 딛고 다이빙> 브런치북은 좋은 성과를 냈다. 연재를 시작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누적 조회수 약 3만 회를 달성한 것이다. 덕분에 요즘 뜨는 브런치북 1위에도 오를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건 10편 중 8편이 다음 메인 화면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정보성 글도 아니고 그저 책을 홍보하는 글일 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철저한 기획이 있었다. 책 내용을 요약해 고스란히 옮겨두는 것만으로는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잡지'라는 콘셉트를 잡고, <침대 딛고 다이빙>의 내용을 가벼운 인터뷰 형태로 각색했다. 독자의 시선을 끌면서도 책의 내용을 한눈에 알릴 수 있는 귀여운 이미지를 제작하기도 했다.


1편부터 10편까지의 글을 모두 기획해 둔 상태로 연재를 시작했는데, 2편부터 곧바로 좋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여기 보세요! 제 책이 출간되었답니다! 구경하고 가시겠어요?' 전략이 통한 것이다! 브런치북 <침대 딛고 다이빙>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연재되었다.                                                             




기다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책을 홍보하는 콘텐츠는 출판사에서 모두 제작하는 게 보편적이다. 출판사에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퍼뜨릴 전문 인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조금 서툴더라도 작가의 시선으로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홍보 콘텐츠 제작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나는 카드뉴스나 영상을 만들 줄 안다. 물론 본업이 아닌 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고,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겨우 그런 이유로 주저하고 싶지는 않았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매달리면 그만이니까!


곧 공개될 자체제작 카드뉴스! 귀엽지 않나요?


그렇게 몇 시간이고 책상 앞에 앉아 총 다섯 편의 카드뉴스와 한 편의 영상을 만들었다. 내가 제작한 영상은 동양북스 인스타그램에 이미 업로드되었고, 카드뉴스 역시 동양북스 네이버포스트에 차근차근 업로드될 예정이다. 직접 만든 콘텐츠가 출판사를 통해 소개되는 걸 보니 뿌듯함이 차올랐다.


나는 <침대 딛고 다이빙>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키보드 위를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내 책이 우연히 발견되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어디로든 찾아갈 것이다. 쥐뿔도 없는 젊은 무명작가도 글 써서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게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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