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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Jun 09. 2024

무명작가도 글 써서 돈 벌 수 있을까?

글로소득자가 되어보겠습니다


지난 이야기

'믿고 읽는 작가'라고 불리는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필살기가 하나씩 있다. 능력 있는 작가가 쏟아지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 주어진 일은 미리 끝내고, 촉박한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기한 안에 완수한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엄청난 문장력이나 통찰력처럼 강력한 필살기는 아니다. 그 대신 '소소하지만 확실'하며, 절대 녹슬지 않을 장점이다. 지각하지 않는다. 좋아질 때까지 고친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기로 다짐한 이후부터는 글을 쓰는 두려움이 확연히 줄었다. 어떤 글이든 시간과 공을 들여 고치면 되니까.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요


처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중학생 때였다. 학교를 자퇴하며 담임 선생님께 호기롭게 이렇게 이야기했더랬다. "선생님, 저는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로부터 10년이 흘러서야 그 약속을 빠짐없이 지킬 수 있었다.


기나긴 작가 지망생 생활을 거쳐 얻어낸 작가라는 호칭은 마라탕처럼 짜릿하고 탕후루처럼 달콤했다. 그러나 사실 작가가 된 이후에도 내 삶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통장에 들어온 인세가 정말 소박했기 때문이다.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내가 2년을 꼬박 집필한 책으로 번 돈은 사회초년생인 내 친구들의 한 달치 급여를 밑돌았다.


책을 출간해 본 후에야 깨달았다. 쥐뿔도 없는 내가 '전업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냉혹하다는 것을. 인세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슈퍼스타 작가'가 되거나, '온 국민이 한 번쯤은 제목을 들어본 대박 작품'을 하나쯤은 써내야만 하는 거였다.




래요, 글로소득자


그래서 이렇게 결심했다. 당장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작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남들이 필요로 하는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글로 소득자'가 되어보자고. 그 시작은 자기소개서 컨설팅과 첨삭이었다. 처음에는 포트폴리오가 없으니 친구들의 취업 준비를 무료로 도와주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전투적으로 각 기업을 분석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 수백 번 글을 고쳤다. 합격률은 100%였다.


가능성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사업자 등록을 내고 일을 시작했다. 찾아온 고객 모두가 컨설팅을 받는 족족 합격하자, 몇 달 지나지 않아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소문이 났다. 이후로는 시간 단위로 스케줄을 짜야할 정도로 고객이 몰렸다. 글을 써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를 위한 글'을 쓰는 시간이 몽땅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자기소개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다양한 글을 쓰며 성장하고 싶다는 나의 목표는 어느새 저 뒤편에 있었다. 쏟아지는 일감에 건강이 상한 것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자기소개서 관련 일을 잠시 쉬기로 하고, 또 다른 '글로소득'을 찾아 나섰다.




돈 되는 글 다 씁니다


이후로는 작은 신생 매체에 글을 싣기 시작했다. 원고료는 A4용지 두 장 분량에 3만 원 남짓.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정기 연재가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덕분에 꾸준히 글을 기획하고 분량에 맞춰 적어나가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신문사에 칼럼을 투고하기도 했다. 원고료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중앙지에서 내 글을 거절하지 않고 실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차올랐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기자단에도 들어갔다. 기사 한 편을 쓰면 세전 1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매달 30만 원가량의 수입을 냈다.


그다음으로 선택한 건 바로 브런치스토리였다. 브런치는 원고료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바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써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글이 정말 '읽힐만한 글인지'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도 있었다.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쓰기로 했다.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나도 아직 모르니까. 모든 경험을 끌어모아 전투적으로 쓰다 보니 분야도 다양해졌다. 여행과 운동, 운전에 관한 에세이, 내 전문 분야에 대한 칼럼,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관한 정보성 글을 주 5회 동시에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브런치스토리를 통해서도 가끔씩 원고 청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간 제안 메일이 왔다. 출판사는 무려, 동양북스였다!



브런치북에서 출발해 책으로 탄생한, 저의 두 번째 에세이가 곧 출간됩니다.

오늘(6월 9일)까지, 제 차기작을 가장 먼저 읽어보실 서평단을 구해요.

동양북스 인스타그램에서 소식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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