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때문에 내가 우울할 수밖에 없는 논리적 이유

by Team Localinsa

취향과 취미를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동인들이 모인 커뮤니티 집단에 첫 발을 들이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들을 저질렀습니다. 나와 다른 남에게 취향을 강요하기도 하고, 억지로 나 하고 싶은 일에 여러 사람을 강제 동원해서 힘들게 하기도, 의견 차이를 대화로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날 것의 감정을 공격적으로 웹 공간에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애착만 앞서, 동인 집단 내외로 사람들이 이해하고 존중해 줄 최소한의 틀을 벗어나는 행동을 해 왔고, 그것이 어떤 분야에서도 행복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일이 몇 번 있을 때마다, 나를 상처 입게 만든 환경이 부당한 거였다고,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걸어가면 다시 같은 일은 없을 거라고 큰소리를 쳤어요. 조금 순탄하지 않은 취미 신고식을 치렀지만, 내가 행복한 모델을 증명하는데 다급했던 저는 빠짐없이 모두에게 인정과 사랑을 구했습니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 그리고 연인은 물론이고 각종 내집단과 외집단 할 것 없이요.


그러나 이미 저는 편견을 뒤집어쓰지 않기가 어려운, 악순환을 여러 번 밟고 있었습니다. 게임과 촬영 등 취미 생활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돈과 시간을 물 쓰듯 하고, 현실과 본업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에 소홀하고,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에 큰 금이 가며 자기혐오와 피해의식에 빠지는 패턴. 가장 믿고 어울리며 함께 좋아하는 일을 즐기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인간관계의 핵심 축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 반복되며, 중증 우울 에피소드 진단서가 떨어졌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몇몇 가까운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는 팩트가 되었습니다.


편견은 전자발찌처럼, 평생을 달고 가야 하는 제 존재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5.jpg Photography by Jinwhan Shim (c) 서은


이해해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 나설 수 없는, 붙잡힌 발목


어머니는 지금도 제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트위터로 처음 제가 코스프레 커뮤니티 사람들을 만났고 그곳에서 악플로 인한 가장 큰 상처를 받았던 걸 아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와서 내가 잘할 테니, 다시 그곳의 사람들에게 다가가 소통하겠다는 노력에도 철저히 부정적이십니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20대의 나란 사람을 정의해 주는 패션모델이라는 취미도 딱 잘라 반대하십니다.


엄마는 네가 그런 구질구질한 옷을 입는 게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찍어 봤으면 이젠 그 찌질한 취미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감정이 걸레짝같이 너덜너덜한 20대를 지나, 아직 제 곁에 남아있는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코스프레를 한 것도 사진모델을 밴드를 한 것도 압니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즐기는 모습을 저라는 사람의 "멋짐"으로 묘사합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반되는 반응을 할 때, 저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분명한 건 이 과정에서 확신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에 전념하기는 더 어렵다는 겁니다. 내 안에서 이 취미를 어떤 것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지는 사이, 행복감은 절반으로 줄고, 트라우마는 가중됩니다.


matcha_souffle (2).JPG Photography by Jinwhan Shim (c) 서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려고 할 때, 고삐 두른 나의 행복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퇴색되는 걸 또 느낄 때, 가끔은 정말로 서럽습니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기 앞에 서는 일은, 열정과 호감의 퇴화된 근육이 아직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취미입니다. 어머니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내가 아직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다는 건, 지난 10여 년을 치열하게 생존하며 지켜 왔던 마지막 정체성이자 인간성의 서까래를 누가 뽑아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과거는 잘못된 선택으로 얼룩졌고 그 과거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인정을 스스로에게 하는 심경이 됩니다.


제가 그렇게 의미 부여하는 게 지나친 오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제는 서른 다 된 여자가 사진 찍겠다며 프릴 달린 리본 머리띠를 하는 건 정신 연령이 미성숙한 것이라며 딱지를 붙이는 건 오버가 아닐까요. 어머니가 또는 나를 사랑한다던 가까운 사람들이 보였던 갖은 편견과 고정관념의 언행들은 쉽게 지워지지 마음의 얼룩,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제대로 사과받지 못한 내면아이는 나를 사랑해줄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대안적인 행복의 삶을 찾아 나서기를 자꾸만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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