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당사자 가족의 목소리는 어떤 도움이 될까?

낙인을 멈춰달라는 당사자 가족의 목소리는 도움이 될까?

by Team Localinsa

조현병 당사자의 부모가 내는 목소리


"저는 조현병 아이의 부모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20만 회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비디오머그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서는 조현병 당사자를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자 ‘잠재적 피의자’로 보는 편견을 꼬집었습니다. 혼자 치료가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환우 집단 전체가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조현병 환자는 총 50만 명으로 추산되며, 그중 약 33만 명이 치료 사각지대에 있다고 합니다.)


해당 다큐멘터리의 지배적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현병 환자의 안타까운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숨어 지내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와 치료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작진은 조현병 당사자의 부모 두 명을 심층 인터뷰하였습니다. 한 어머니는 범죄 등 문제를 일으키는 조현병 환자는 “제대로 약물치료를 지속하지 못해서이다”라고 말합니다. 고혈압 환자처럼 약물만 제대로 복용하도록 사회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사회에 아무 문제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픈 거지 이 사람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누구에게나 와요. 그렇게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대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KakaoTalk_20210107_232040603_04.jpg Photography by Finn / (c) 서은


자녀의 유병 사실을 용기 있게 “정밍아웃(정신질환 커밍아웃)”하고, 필요한 지원과 정책을 호소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유튜브뿐 아니라 지상파 TV에서도 요즘은 비슷한 콘셉트로 기획된 휴먼 다큐멘터리들이 종종 보입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사회엔 우리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으며, 이들에게 막무가내로 비난의 화살을 들이대선 안 된다는 생각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선진 사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 말만으로는 승소할 수 없다


그러나 “조현병 아이의 부모” 유튜브 영상에는 이런 류의 댓글도 보입니다.


제 친구가 조현병인데 영상에 나온 거랑 달리 아무 문제없습니다. 언론에서 중증 조현병 환자의 투병기나 범죄 사실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편견을 가지게 하는 일입니다.
가족이라고 조현병을 감기처럼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말하네요. 사회복지 차원의 지원 체계가 생겨나야 하는 것은 맞지만 조현병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지지 말라는 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낙인’과 '혐오' 연구의 권위자인 패트릭 코리건 일리노이 공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연구자가 정신질환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낙인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가 벽장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낙인이 줄어들 수 있다. 코리건 교수는 20년 넘게 우울증을 겪은 아픔의 경험자이지만 최근에 와서야 이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했습니다.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그 까닭은 "내가 정년을 보장받은 석좌교수이고 그 낙인이 내게 큰 피해를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코리건 교수는 학술지 <낙인과 건강>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국가 컨소시엄의 책임자이고 400편이 넘는 논문을 집필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교수와 같이 분명한 사회에서의 자리와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와의 교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 당사자들. 기성 미디어에 의해 이미 이렇게 비추어지는 당사자들을 주변 사람들이 변호한다고 이들을 향한 혐오와 비난의 화살이 그 속도나 위력을 낮추는 것은 아닙니다.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요청합니다


정말로 더 필요한 것은, 편견의 극복을 위한 노력의 고백 그리고 지원에 대한 요청을 당사자들이 직접 외치는 것입니다. 대기 속 가득한 편견의 연기가 조금 걷혀가는 때,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낸다면 친지 등 주변과 언론, 학계와 민관에서 말하는 차별금지 방침의 메시지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 부모 유튜브 댓글창에 조현병 당사자로서 차별을 멈춰 달라는 의견을 남긴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사실 자체가 아직도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이 당사자에게 큰 극복 과제라는 걸 반증하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정신질환자의 가족입니다. 편견을 멈춰 주세요”라는 말보다 더 강한 것은 "저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는 겪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입니다.


정신병동에 입원하여 중증 정신질환을 극복한 수기를 책으로 집필하기도 한 현직 사회복지사 장우석 작가는 말합니다.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는 중범죄 등 흔치 않은 조현병 환자의 사례를 과잉 일반화하며, 정신질환을 범죄와 연결하는 그릇된 편견을 낳는다. 작가의 부모님, 정신질환 당사자였으나 현직 심리상담사이자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 이 중 누가 같은 말을 했을 때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더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편견으로 고통받았으나 이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극복한 사람은 자신을 힘들게 했던 편견이 사회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 당사자였던 아픔과 낙인의 경험을 자신만의 자산으로 활용하여, 성숙한 주체로서 자신과 주변과,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사회에 가치와 행복을 만드는 나의 모습.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좀 더 오픈해 보세요.


KakaoTalk_20210107_232040603_09.jpg Photography by Finn / (c) 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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