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쉽게 힘을 얻을 수 있는 사회

약한 고리는, 사회가 힘들 때 비난의 화살이 가장 먼저 뚫고 지나간다

by Team Localinsa


사회에는 언제나 편견이 존재한다


시대와 장소, 문화적 배경을 막론하고, 인간 사회에는 편견이 존재해 왔습니다. 요즘 사람들 하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떠올리지만 인류의 역사 전체에 비추어 보면 사람은 오랫동안 집단주의에 젖은 동물이었습니다. 부족 시절부터 무리를 이룰 때 안정과 편안함을 느끼는 인류의 유전자는 집단의 표준과 다른 무언가를 포착할 때, 위화감과 배척감을 느끼도록 진화돼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범한 개체보다 더 잘 난 사람은 시기하고 질투하며, 더 못 난 사람은 헐뜯고 자신의 과녁으로 삼습니다.


마음의 어두운 싹들은 틈만 나면 양지바른 데 뿌리를 내리고 남을 깎아내리고 폄하하고자 합니다. 편견은 마음의 검은 싹들에게 최고의 비료가 됩니다.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도 사람을 사람답게 차별화(?)할 수 있었던, 어떤 동물과도 달랐던 특질로 "뒷담화"가 꼽혔죠. 특정 대상에 대한 불쾌함과 거리낌을 빠르게 확증해줄 수 있는 편견은 혼자일 때는 기를 펴지 못 하지만 둘, 셋, 여럿이 될수록 복리마냥 비대해집니다.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발표로 무의식적 편향(unconscious bias)이 위험하다는 게 대중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회 운동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여성이나 발달장애인 등 편견의 피해자 그룹에 대한 차별이 크게 철폐된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 주도의 선진화가 되며 문화사회적으로도 각국의 시민의식은 조금씩 성숙해져 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종식되는 사회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DSC03840.jpg Photography by 청묘 / (c) 서은



편견이 쉽게 힘을 얻는 사회


낙인 연구의 권위자인 일리노이 공대 패트릭 코리건 교수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정신질환 유병자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퇴보하였습니다. 미디어의 편향적 보도 때문이죠. 미국에서는 유병자의 총기사고 범죄를 미디어에서 부각해 온 데 결과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이 대한민국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극단적 인종차별이나 이성혐오 등을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한국의 ‘일베’ 등을 포함해 각국에서 판치고 있으며, 최근 불거지는 사건들을 보면 그들의 활동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화력이 더해진 게 아닌가 생각마저 듭니다. 약자를 상정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가하는 사람들이 왜 더 큰 힘을 가지고 뭉칠 수 있게 된 걸까요?


편견의 역사를 볼 때, 우리는 이제까지와 사뭇 다른 사회적 배경에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을 클릭 몇 번 만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이어주는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과대화된 개개인의 암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쉽게 노출되고 퍼져나갈 수 있게 된 겁니다.



DSC03842.jpg Photography by 청묘 (c) 서은



사회가 힘들 때, 갈 곳 없는 비난의 화살은 약한 고리를 가장 먼저 관통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인기가 급속히 확장되며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손쉬워졌습니다. 정보의 손쉬운 공유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비뚤어지고 과잉화된 사고의 익명성을 방패로, 사회 통합에 악역을 맡기도 합니다. 이렇게 무의식적 편향의 병폐, 편견이 날개를 달고 사회에 퍼져 나갈 수 있는 토양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쉽게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정신의 치부에서 비롯된 혐오와 편견들이 너무나 손쉬운 언어로 표현되고 공감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정보를 집필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며 정보가 넘쳐 나는 세상입니다. 물질적 부를 축적한 사회에서, 개개인의 자아표현의 욕구 또한 어느 때보다 큽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돋보이고 싶은, 높은 노출 효과를 누리기 위해 극단적인 사고의 프레임들이 더 만연해집니다.


게다가 우리는 쇠락하는 세계 경제를 목도하는 세대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등으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의 버블 붕괴로 선진국 청년 세대의 양질의 일자리와 나만의 집 갖기가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졌습니다. 상급 교육의 대가와 자아실현의 장을 잃어버린 억울함과 분노가 화살이 되어,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관통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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