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회장님

-10년 육아휴직기-

by 키다리쌤

부회장 엄마와는

죽이 참 잘 맞았다.

주거니 받거니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학년에 한 반 밖에 없는 작은 학교라서

다들 아이 뿐만아니라 엄마들도 알고 지냈다.

3학년때부터 같은 반 엄마이고

그리고 학부모 클라리넷 수업에서 만나

(일주일에 1번 수업이 있었다.)

더욱 친해졌다.


아이들이 4학년 시기

내가 학부모총회때 모든 사람의 침묵을 깨고

“제가 학부모회장을 하겠습니다” 자원하자

부회장 근처에 앉았던 엄마들이

나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부회장 하라고 부추기자

(사전 동의가 없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을 텐데)

“다들 하고 싶지 않은 학부모회장 자원하셨으니

힘드시지 않게 학부모회 일들 도와주실거죠?” 라며

부회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우렁이 각시처럼 묵묵히 도와주었다.


초반에 학부모회 예산 200만원 더 받겠다고

계획서 쓸 때 밤잠 줄여가며 며칠간 고생해서

제출하면 나는 글로만 작성해 놓은 계획서가

표와 그림 등등 여러 자료들로 싹 편집되어 있었다.

글로만 부족했던 부분들을

부회장 엄마가 며칠간 고생하며

완성해 놓은 것이었다.

부탁한 것도 아니었는데

우리는 손발이 착착 맞았다.


때로는 중간 다리의 역할도 했다.

신세력과 구세력의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자

학부모 회장인 나에게 신세력의 마음을 알리고

(어느 부분에서 서운해하는지)

구세력에게는 학부모회일들을 설명했다.

알고 보면 은근 인맥도 넓었다.


한번은 교육청에서 학부모 교육청 모임때

학부모 관현악 공연을 부탁하자

엄마들과 상의도 없이

무조건 “yes”를 하고 돌아왔다.

결국 나와 부회장, 클라리넷 선생님

셋이서 클라리넷 공연을 했다.

(교육청에 학부모 관현악 수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학교 홍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늘 사고치는 학부모 회장을 대신해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었던

부회장 엄마 덕분에

학부모회장 2년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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