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셀프

-육아휴직기-

by 키다리쌤

우리 집은 초등학교 때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각자 좋아하는 운동이나 미술, 바둑 혹은 음악 학원에 보내주고는 했다. 첫째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야구를 택해서 야구에 보내주었다. 아니 야구만 보냈다. 일주일에 5일 방과후 3~4시간 운동하다가 오는 야구 선수반이어서 딱히 시간도 없었고 그 때만 해도 외벌이여서(아빠만 돈을 범) 우리집은 야구만 보냈었다. 그러나 야구 선수반 아이들도 다들 수학학원이며 영어 학원 다니며 야구선수반을 하는 듯했다. 한번은 첫째 친구가 첫째에게 물었다.


(친구) "야, 너는 다니는 학원 없어?"

(첫째) "응, 야구만 다녀,"

(친구)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해?"

(첫째) "문제집 한장씩 풀어."

(친구) "너희 집은 공부가 셀프네."


맞다. 우리집은 공부가 셀프다.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학 한장, 영어 한장 과제를 내주고 스스로 풀게 하고 있다. 둘째, 셋째, 넷째도 아이들이 원하는 태권도와 수영을 보내주었다. 삼둥이(둘째,셋째,넷째) 친구들이 말하길 아이들이 자기들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친구들은 여러 학원을 다니느라 무척 피곤한데 삼둥이 들은 태권도와 수영 다녀와서 놀이터에 실컷 놀다가 집에 돌아가는 것이 부럽다는 것이다. 삼둥이들은 공부하는 학원에 가보지 않아서 학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친구들에게 들은 바로는 친절하던 선생님이 점점 무서워지는 곳이 학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친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숙제를 시키고 공부시키기 위해 무서워 지시는 듯하다.) 막연하게 학원은 가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 같다.


물론 공교육 교사이기 때문에 학원을 안보내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보낼 마음이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때는 앉아서 하는 공부 보다 튼튼한 신체와 친구들과의 관계, 느슨한 시간표가 불러오는 독서 시간과 멍때리는 여유, 삼둥이들이 뭐하고 놀까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점 영어 학원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지만 단호하게 아직까지 공부는 셀프를 유지해 가고 있다.


첫째는 중학교에 가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랑 수학 공부하다가는 나 망할 것 같아. 나 수학 학원 좀 보내줘.” 초등학교 때 안 보내던 수학학원을 중학생 때 보내주었더니 선생님들이 엄청 재밌고 좋다며 즐겁게 학원에 다니고 있다. 지금은 영재고 가고 싶다며 수학,과학, 논술 이렇게 세 곳을 다니고 있다. 평소 질문이 많았었는데 과학 수업을 통해 책 읽으며 궁금했던 내용들을 마음껏 질문하며 머릿속에 과학 지도를 그리는 듯 했다.우리 집에서는 학원을 다니고 안 다니는 것은 아이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새벽까지 악착 같이 공부려는 첫째와 12시면 자야 한다는 엄마가 실랑이를 벌이는 밤에 첫째가 말한다.

“엄마! 우린 좀 바뀐 거 같지 않아.”



keyword
이전 05화학교만 가면 배가 아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