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Urdorf
내가 살던 동네 이름이다.
사람과 개와 말이 같이 산책하던 동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첫째 아이와 산책하던 그 들판이 눈에 선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첫째와 유모차에 태운 둘째까지 같이 산책하던 그 길은 재작년에 다시 가 보았는데 10년 전 그대로였다.
스위스는 특이하게 집주인에게 자기소개서도 보내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해서 집을 구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운이 좋게도 산책하기 좋고 실내 야외 수영장도 가깝고 학교, 유치원, 동사무소 등 공공시설도 마트도 근처인 곳에 집을 구하게 되었다.
살다 보니 완전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3층 빌라 혹은 단독주택이 늘어서 있는 일반적인 주거 지역이었다. 한국과 달리 특이한 점은 스위스는 서민들이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으나 옆 동네 아파트도 10층이 넘는 것은 보기 힘들었다.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한국과 같은 고층 아파트는 보지 못했다.
우리 집은 3층 빌라의 3층에! 왼쪽에는 경찰 아저씨 혼자 살고 오른쪽이 바로 우리 집이었다. 집 안의 거실이 삼각형으로 된 천장이 높은 집으로(스위스에서는 이런 집을 Dachwohnung이라고 한다) 바닥에서 최고 높은 천장 위 까지 4m는 족히 되어 보였다. 또한 천장에 유리창이 있어서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드러누워 빗소리를 들을 때면 스위스에 온 것이 실감 났고 세상 행복했다.
또한 스위스는 전쟁을 온몸으로 겪진 않았지만 주변 나라들이 전쟁으로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봐서 그런지 혹시나 모를 핵전쟁에 대비해서 지하실 창고에 물이나 캔 음식을 보관했다. 지하로 통하는 문은 평소에 닫히지 않고 지하창고를 자유롭게 오가게 하는 반면 전쟁이나 비상시에 이용하기 위해 2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꽤나 두꺼운 철문으로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핵전쟁이 나면 스위스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