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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30. 2022

파리 첫날

After covid

전 세계의 퍼진 질병 때문에, 한국에 꼼짝없이 2년을 있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많았고 그저 여행하는 감정을 잊지 않길 바랬다. 그리고 바라고 바라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해외에서 펜데믹은 끝났다!라고 선언한 덕분이다. 그 핑계를 삼아 주저 없이 비행기 표를 끊었다. 몇 년 전 만 해도 자주 오던 공항을 2년 만에 방문을 했다. 2년 만에. 2년이란 시간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길지 않은 시간일 수 도 있지만 여행을 업으로 먹고살려고 고민했던 나에게는 정말로 진심으로 지옥과도 같았다. 


공항에 가면, 비행기만 타면, 그렇게 설렐 거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저 이상했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는 어린아이가 계속 울었지만 그런 울음소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비행기의 소음이 마치 백색 소음 같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을 청했고, 눈을 떴을 때는 맛이 없는 기내식을 먹었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하고 나니, 그리던 프랑스에 도착했다.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그립고 그립던 여행인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프랑스는 예상한 대로였다. 5년 전에 방문했던 프랑스의 느낌 그대로였다. 흐린 날씨에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조금은 지저분한 거리들.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제야 로맨틱한 도시에 왔다고 생각되었다. 맞아 이곳이 파리 었지. 같이 온 H와 나는 웃으며 드디어 파리에 왔네!라고 말하고 웃음을 나눴다. 


우리의 숙소는 몽마르뜨언덕 근처였다. 사쾨르크 성당이 있는 이곳은 소매치기가 많다며 모든 사람들이 조심했던 곳인데, 5년 전 나에게는 그저 사랑스러웠던 곳이었다. 그게 내가 이번에도 이곳으로 숙소를 정한 이유였다. 곳곳이 때가 탄 느낌이 좋았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니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시차 적응을 위해 졸린 눈을 비비곤 밖으로 향했다. 회색 기모 후드티에 코트를 두르고 거리 따라 빛을 향해 걸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겨울을 알리듯 어느새 어두워진 거리들은 노란 조명으로 반짝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코로나라는 질병이 완전히 없어진 것만 같았다. 덕분에 우리의 발걸음도 같이 활기차 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파리의 귀여운 서점이었다. 파란색의 간판을 가지고 있었고 가게 안에는 간접등을 여러 개 놔둬서 은은히 책을 비치고 있었다. 너무나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미 문을 닫은 터라 이곳을 사진으로 남기곤 다시 와야겠다 다짐했다. 처음부터 완벽했다. 서점 안으로 들어갔으면 더 완벽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귀여운 장소를 발견했다는 사실로도 행복의 수치는 오르고 있었다. 


몇 분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 오르막길의 골목이 있었는데 그 골목에는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있었다. 


"저기 좀 테이블 좀 봐! 노천카페야!"


나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파리의 노천카페라면 나는 사족을 못쓴다. 여름에는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겨울에는 따듯한 바람이 나오는 파리의 노천카페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나는 꼭 밖에 앉아야 했다. 그게 내 철칙이었다. 그저 밖에서 커피든 와인이든 뭐든 시키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사람 지나다니는 것을 구경하고 옆에 앉은 사람들을 구경하고 책도 읽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시키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곳에 완벽하게 녹아있다고 착각하게 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 착각일 수가 없다. 


줄지어져 있는 가게들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곳이 하나 있었다. 살짝 바랜 짙은 갈색의 간판과 창. 하얀색의 가게 이름 또한 살짝 바랬다. 그 앞 노란 가로등 밑에 하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고, 그 옆으로는 서너게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앉아있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표정으로 유쾌함과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창 안의 그들은 웃으며 서로 프랑스식 인사인 볼뽀뽀를 하고 있었는데 그 행동을 직접 보고 나니 나 또한 웃음이 나왔다. 무언지 모를 매력에 이끌려 그 가게 안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혹은 직장을 같이 다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 앉아서 커피 한잔에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 테이블 바에 앉아 조용히 맥주를 홀짝이는 사람들... 등 있었는데 우리는 그 사이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맥주를 시켰다. 밖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맥주 때문인지, 이들의 따듯한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시차적응이 안되서인지, 맥주 한 잔에 잠이 쏟아졌고 아쉽지만 바깥 자리에 앉는 것 을 포기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와 이른 저녁인 8시에 잠들었고 그렇게 파리의 첫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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