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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30. 2022

파리의 새벽

After Covid


파리의 새벽은 조용했다. 어제 이른 밤에 잠든 탓에 새벽 4시부터 눈이 떠졌다. 준비하고 나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어제 저녁을 먹지 못한 탓에 배에서는 배고픔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문득 한국에서 챙겨 온 라면이 생각났다. 짐칸에서 이리저리 부딪혀서 인지 라면이 많이 부서져 있지만 중요치 않았다. 매콤하면서 따듯한 국물은 몸을 데우기도, 잠을 깨우기도, 배고픔을 달래기도 충분했다.


포트가 끓는 소리들 들으며 창 밖을 쳐다봤다. 해는 뜨지 않았고, 거리는 조용했다. 간간히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캐럴을 들으며 라면을 다 먹고 나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곳에서의 계획이 없었기에 주변 빵집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여러 개의 빵집이 있었고, 가장 빨리 오픈하는 빵집 7:30. 그리고 가장 늦게 오픈하는 빵집은 8:30. 브런치는 9:30분이 돼서야 시작하는 곳이 많았다. 


가고 싶은 곳을 이곳저곳 저장을 하고 나니, 또 한 시간이 흘렀다.  시계를 확인하고 나니 이제는 준비를 해도 되는 시간이다. 샤워를 마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꺼내 입었다. 평소 여행을 하면 옷이 그리 중요한 사람은 아니 었지만, 이곳은 파리가 아닌가. 한껏 뽐내고 싶었다. 얼죽코 (얼어 죽어도 코트)를 하겠다고 가져온 하얀 니트와 검정 슬랙스를 입고 갈색 체크무니의 목도리를 둘렀다. 귀여운 곰돌이가 박혀있는 모자를 썼고, 검정 코트를 둘렀다. 스스로가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한 시간이 흐르고 아직 어둑한 파리의 거리로 향했다. 여기 숙소부터 중심가까지는 걸어서 30분. 신나는 마음으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어둠이 깔려 있었고 간간히 러닝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디를 바삐 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첫 번째 행선지는 퐁네프다리 었다. 어느 방향인지만 확인하고는 길을 따라 걸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오픈한 곳이라곤 자그마한 바(bar)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10여분을 걷고 나니, 오픈한 빵집들이 보였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발걸음을 사로잡았고, 파리하면 바게트 아니겠는가! 살짝 추웠던 바깥 온도 덕분에 발걸음을 멈추고 빵집으로 향했다. 오른쪽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여러 잔들과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오른쪽에는 지금 나온듯한 빵들이 줄지어 있었다. 밝은 목소리로 봉주르 하고 반겨주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for here? To go?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for here 이라며 네모난 테이블에 앉았고, 크루아상과 바게트 그리고 커피를 주문했다. 


버터향이 가득한 크루아상과 겉은 바삭하면서 안은 쫄깃한 바게트는 그야말로 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따듯한 커피는 몸을 녹이기 충분했다. 더욱 감격적이었던 사실은 지나가다 아무 빵집에나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는 점이다. 이런 맛있는 빵을 우연히 맛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곧 이내 다짐했다. 


주변에 있는 빵집은 다 가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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