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카페
아이들이 잠든 시간, 엄마의 꿈은 자란다.
내일 새벽 6시 카페에서 함께 공부하실 분?!
제주 시내에 24시간 문을 여는 카페가 있었다. 혼자서 공부하러 가봤었는데, 아무도 없이 혼자 전세 낸 듯한 새벽 감성이 너무 좋았다. 좋은 걸 함께하기 좋아하는 나니까 카페에 번개 공지를 올렸다. 글을 올려놓고도 긴가민가했다. 과연 누가 나올까? 안 나오면 혼자라도 간다고 했다. 어차피 워킹맘인 나는 새벽이 제일 편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웬일? 3명이나 오겠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큰 아이들이 있는 지앵 언니, 6살 꼬맹이를 키우는 니콜 언니, 3살 어린아이를 키우는 목련이, 초등 1, 2학년 아이들을 키우는 나까지 아줌마 4명이서 새벽 6시 카페에 모였다.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을 시간 엄마들의 일탈은 시작됐다. 새벽이라 브런치 따위는 없다. 그래도 우리에겐 모닝커피는 있다. 사실 이 시간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로 시끌벅적해서 대화도 제대로 이어가기 힘든 카페에 우리 넷 밖에 없었다. 넓은 카페가 온전히 우리 차지였다.
새벽에 카페에 나와있다는 상기된 표정의 그녀들과 잠시 수다를 나눴다. 우리들 수다엔 특징이 있다. 흔한 남편, 아이, 시댁 이야기가 없다. 오로지 내 이야기를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이야기, 근래에 들었던 좋았던 강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주로 대화를 나누는 데,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는 늘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심리학 공부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요? 나도 그쪽에 관심 많은데, 그럼 우리 같이 심리학 책 읽어볼래요?" 지앵 언니가 받아쳤다.
한 달에 한번 모여 심리학 책을 읽으며 서로 내면아이를 알아가고 치유하는 '심독(심리독서모임)'이 뚝딱 만들어지기도 했다. 새벽의 기운은 실로 대단했다.
수다도 잠시, 우리는 각자 거리를 두고 자리에 앉아 가지고 온 책을 읽었다.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일에 몰입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집에 있었으면 머리 풀어헤치고 아이와 자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그랬다면 몸이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의 그 충만했던 감정은 절대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심독 또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무거운 몸 일으켜 나온 덕분에 우리에게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지금은 24시 카페가 없어지고, 새벽 7시 30분에 문 여는 카페가 새로 생겼다. 우리 아지트는 바뀌었고, 만나는 시간도 늦쳐졌다. 그래도 그때 그 느낌은 나지 않는다. 여전히 24시 카페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