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놀이터

하고 싶은 것들 다 하고 노는 어른이들!

by 나는고래

"성소사가 도대체 뭐야? 놀이터야?"


놀이터냐는 질문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나름 다른 엄마들의 수다 모임과는 다른 커뮤니티라고 자부했다. 모이면 즐겁게 놀고 있긴 했지만 만나서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었다. 글 쓰고 놀고, 책 읽고 놀고, 걸으며 놀았다. 그냥 재밌게 놀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성장해 있었다.


놀이터냐는 질문은 내가 생각했던 커뮤니티의 격을 한순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듯했다. 사람들의 성장을 돕고 꿈을 꾸게 해 주고, 꿈을 이루는 길에 동반자가 되어주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아이들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꿈이 뭔지도 모르고 현실에만 순응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놀면서 각자 꿈을 찾았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꺼내며 가슴이 답답해 터지듯 눈물을 쏟아내던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사람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커뮤니티를 만들 때 내가 그렸던 그림은 거기까지였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만큼 성장해 있었으니까.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놀이터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을지, 그럴듯한 커뮤니티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답답한 마음에 우연히 인연이 닿은 70여 권의 책을 내신 한근태 작가님께 문을 두드렸다.


"제주에서 엄마들이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이 활동을 하며 각 개인들은 꿈을 찾았고 성장을 하고 있는데, 커뮤니티는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성장을 한 사람들이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고 있습니다. 성장한 사람들이 머무르며 함께 가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한근태 작가님으로부터 제주에 컨설팅 일정으로 방문하신다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한근태 작가님을 직접 만난다니 꿈만 같았다. 커뮤니티의 처음부터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제주지앵언니와, 새로 합류했지만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20대 로즈마리님과 함께 작가님을 만났다.


"카톡으로 보낸 질문이 얼마나 간절한지 내가 꼭 한번 만나야겠다 생각했어요."라고 말씀하시며, 맛있는 밥까지 사주고 가셨다. 나는 "성장한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그들이 돈을 벌게 해줘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했다.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하는 것, 그건 절대 남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거지. 그냥 지금처럼 결이 맞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며 즐겁게 노는 그런 공간을 유지하시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겐 힘이 될 수 있어요. 잘하고 있네요."


지식과 경험, 그리고 연륜이 있으신 작가님의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 말이 딱 맞았다. 성장을 하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각자 살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당연한 순리였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성소사가 그 사람들을 모두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소사는 그냥 성소사대로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성장한 사람들은 이곳을 마음의 고향처럼 그리워하며 가끔 찾을 수 있고, 새롭게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이 또 들어와서 자신을 찾고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면 될 일이었다.


커뮤니티를 키우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리더인 '나'의 그릇을 키워야 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나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즐기면 것이다. 그러니 성소사는 놀이터가 맞았다. 엄마가 되어, 또는 어른이 되어 살아야 할 주어진 삶에만 충실히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 여기 성소사에서 만큼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주체적으로 재밌게 놀면 되는 것이다.


놀이터에 대한 재정의를 내림으로써, 나는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던 이에게 서운한 마음을 풀어낼 수 있었다. 오히려 그 질문을 통해 다시 나와 커뮤니티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고마웠다. 처음부터 방향을 정하고 만든 커뮤니티가 아니었기에, 이렇게 하나씩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며 만들어나가고 있다. 성소사는 꿈을 꾸며 노는 꿈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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