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구라고?

호구 아니거든!

by 나는고래

남편은 나에게 호구라고 했다.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호구'라고 한단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챙기고, 퍼주기 좋아하는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그렇다. 나는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를 할때 제일 힘든 게 물건을 파는 일이었다. 내가 파는 물건을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서는 행복해했다. 도매가로 싸게 사 와서 줄 수 있으니까 이득인 것 같았다. 하지만 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 일은 상대에게 부담이 될까 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나 보다'는 큰 교훈을 얻고 스마트스토어는 끝이 났다.


물건뿐만 아니라, 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을 나누는 것도 좋아하는, 아무튼 나는 주는 게 편한 사람이다.


"시온아, 너는 요즘 보기 드문 이타적인 사람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이타심도 이기심에서 나오는 거야."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타심도 이기심에서 나온다고? 그럼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까? 하지만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앤테이크]를 읽고 깨달았다. 나는 그냥 기버라는 것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기버다. 받은 만큼만 나누어 주는 사람은 매쳐, 받기만 하려는 사람을 테이커라고 한다. 성공을 하지 못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당연히 기버다. '기버=호구'라는 인식이 여기서 나온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눠주는 기버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 중의 대다수 역시 기버다. 결국 나눈 것 이상으로 돌려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소사의 보이는 가입 인원수는 250명. 비공개 까페 치고는 알음알음 많은 사람들이 가입을 했다. 눈으로 보이는 수치를 보고 우리 까페가 대단한 곳인 양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을 만날 때 계산을 하지 못하고 항상 진심으로 대하는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모두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더 진심으로 그들도 성소사에서 함께하며 성장하길, 자신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그런데 리더로서 그런 모습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적도 있었다.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인 마냥 나를 치켜세우고, 성소사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다가, 막상 자신이 원한 것을 얻지 못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카페를 떠난 사람들 때문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를 아낌없이 퍼부은 나는 호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또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다가오면 또 진심을 다한다. 계산을 하지 못하는 나는 기쁜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나눈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 같지만, 그들을 도움으로써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은 결국 '나'다. 사람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를 위한 나눔일 때 이타심은 빛을 발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함께 한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성장해올 수 있었다. 내가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준 사람들, 꿈과 돈 사이에서 돈을 더 추구해야 하나 갈팡질팡 흔들릴 때 꿈으로 중심을 잡고 버텨준 사람들, 글쓰기를 포기하려고 했을 때 다시 글을 쓰자고 다독여준 사람들, 그만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잠시 쉬다 오라고 자리를 지켜 준 사람들,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사람들, 나를 보며 꿈을 꾼다고 말해준 사람들.


"나는 시온님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람들을 응원한 것 이상으로 더 큰 응원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 되길 바라 주기에 나는 꼭 잘될 것만 같다. 결국 내가 나눈 것보다 받은 것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호구는 아님이 분명하다. 남편, 두고 봐! 나는 성공한 기버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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