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마니아가다. 운동을 하다보니 나이키만 찾게 된다. 일단 편하다. 몸에 착 달라붙는 핏이 좋고, 어떤 운동을 해도 어떤 동작을 해도 단 한번도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다. 무엇보다,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뭔가 오늘 운동이 잘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같은 레깅스라도 요가브랜드를 입을 때랑은 좀 몸풀 때 느낌이 다르다. 비싸서 그렇지, (하긴 요즘 요가브랜드로 나오는 옷들도 다 너무 비싸긴 하다) 다 못 사서 그렇지, 꼭 사지 않더라도 가끔 매장에 들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게 아디다스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도 그 두 매장은 주로 맞은 편이나 옆에 붙어있는 경우를 더러 봤다. 하지만 아디다스를 입고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아디다스도 물론 예쁘지만, 광고 때문인지, 쇼미더머니 PPL 때문인진 몰라도, 운동복보다는 래퍼들이 입는 옷이라는 인상이 좀 더 강하다.
브랜드라는 건 이런 것 같다. 사실 나이키를 산다는 건, 단순히 레깅스나 운동복, 운동화를 소비하는 게 아니다. 나이키라는 이미지도 함께 소비하는 것이다. 가격 말곤 혁신도 없으면서 매년 전세계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맥북에 열광하는 것처럼, 로고 하나 붙였을 뿐인데 그저 평범한 티셔츠가, 가방이 수십만원, 수백만원이 되는 슈프림도 마찬가지. 구찌, 샤넬 같은 명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름을 붙이느냐. '이걸 쓰는 사람은 어떨 것이다'란 이미지를 만드는 게 브랜드의 힘이고 가치다.
그렇다면, '김연지'라는 브랜드라는 건 어떤 걸까, 왜 나는 아디다스보다 나이키를 선호할까? 나이키는 어떻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사로잡을까? 내가 나이키를 사면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나이키의 미션은 이렇다. BRING INSPIRATION AND INNOVATION TO EVERY ATHLETE IN THE WORLD (전세계 운동선수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준다) 그리고 *로 한마디 덧붙인다. *IF YOU HAVE A BODY, YOU ARE AN ATHLETE.(당신이 몸을 가졌다면, 당신은 운동선수다)그래서, 뭔가 나이키를 입었을 때 자신감 뿜뿜했을까??
유튜버들이 영상 시작할 때나 말미에 꼭 말하는 문장이 있다.
"여러분~'구독'과 '좋아요' '알림' 꼭 눌러주세요~~ 나 역시 매번 영상에 구독을 구걸하고 있다. 이렇게 늘 애처롭게 갈구한다고 구독자가 늘지 않더라.
이것도 형식상 중요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나이키가, 아이폰이 "날 소비하면 넌 이렇게 돼~"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 채널을 보면 당신은 이렇게 돼요“라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야 했다.
부동산 채널이, 재테크 채널, 뷰티, 교육 채널이 잘 되는 이유가 대표적이다. 이런 채널은 굳이, 나이키나 아이폰처럼 화려한 슬로건이 필요없다. 콘텐츠 하나하나 자체에 이미 브랜드 가치가 담겼다. "당신은 제 채널만 보면 돈 벌수 있고, 부자될 수 있고, 예뻐질 수 있고, 똑똑해질 수 있어요" 메시지 그 자체다.
그렇다면, '기자 김연지'는? 대한민국 언론사 채널이랑, 넘쳐나는 시사 채널, 5분 뉴스, 순삭 뉴스, 퇴근길 뉴스 등등 이런 시사 유튜브에서는 못 얻지만, '기자 김연지'가 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영상을 통해 뭘 줄 수 있다면 시청자를 구독자로 바꿀 수 있을까?
결국 답은 다시 나였다. 나는 기잔데, 다른 기자들과는 뭐가 다를까. 나는 다른 기자들과 차별화된 기사를 쓰고 있는가? 앞으로는 어떤 기사를 쓸 것인가? 30대 엄마가 된 기자 김연지의 꿈은 뭘까? 나이키처럼 운동 선수로 만들어주거나, 영감과 혁신을 주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제 영상을 보면 이걸 얻을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내가 기자라는 꿈을 꾼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대체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어했지?
나는 어린 시절 뉴스가 무서웠다. 사람이 매일 다치거나 죽고, 잘못을 저질러 잡혀가고, 나쁜짓을 하는 사람들 떄문에 누군가는 피눈물 쏟고, 억장이 무너지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고, 기자라는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오늘은 뉴스가 없습니다. 오늘은 아~~ 무런 사건사고가 없었습니다. 단 한명도 사고로 죽지도 다치지도 않았고, 죄를 저지른 사람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뉴스를 내가 해야지~~
차마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못했던 얘기지만, 글을 쓰려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 막상 쓰고 보니 꽤 귀여웠던 것 같기도 ㅎㅎ
아무런 사건사고가 없으려면, 어느 누구도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없으려면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하고 법과 질서가 단단하게 구축돼야 한다. 뭐 아무리 완벽하게 갖춰줬다하더라도 틈은,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 내가 꿈꾼 그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렇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적어도 억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을 순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것도 안타까웠다.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에도 충격받았다. 이런 고민에 빠져 있을 부렵 <어린의뢰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실제 있었던 2013년 아동학대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아이를 때리고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한 계모도 잘못이지만, 알고도 방치한 교사, 이웃 등도 모두 그 아이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테다.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나는 무심코 지나친 적 없나 반성하게 됐고, 사람들에게도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뉴스를 보게 할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면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줄까,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라는 말처럼 살면 안될텐데.."
내가 이 유튜브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하면, 나머지는 쉽다. 어떤 영상을 올려야할지,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뭘 보여줄지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영상의 핵심도 쉽게 잡힌다. 유튜브가 아닌 내 브랜드 가치 정립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