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집을 꿈꾸다
우리 동네, 어느 공부방 이야기 10.
내가 계속 남아 일하기를 원하자 남자는 내가 근무조건에 만족해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느 날 파견되어 일하는 강사 선생님이 밖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남자가 몰래 나를 대신할 교사를 구한다고 했다. 벌써 몇 사람이 면접을 보러 공부방에 왔다 했다. 자격조건이 교사자격증 소지자였기 때문에 50대 여성들이 찾아왔지만 근무조건을 듣고는 다들 돌아갔다 했다.
"이 남자야, 나니까 여기 이러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박꼬박 5~6만 원씩 월급에서 4대 보험을 떼갔건만, 실제로 공단에 내가 3개월 후인 8월부터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12월에 그만두더라도 실업급여를 탈 수 없단 것!
나는 남자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남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당선되어 시의원으로 등록되기까지 자기 부인의 4대 보험을 내느라 그렇게 됐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나는, 그에게, 노동운동을 했다는 당신이, 노동법을 공부했다는 당신이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느냐며 따져 물었고 월급에서 보험료를 떼갔으면서
실제 납부하지 않았다면 돌려주거나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며 따졌더니 그 남자는 되려 내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언성이 오가고, 나는 그 공부방을 그만두었다. 그게 그 남자와의 마지막이었다.
그 후, 나는, 곧바로 중학교 특수학급에서 일하게 되었다. 배신감이나 상처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시간을 소모하는 게 싫었다.
외부강사에게서 몇 번 연락이 왔다. 남자가 나에 대해 악의적으로 모함하고 있다고 했다. 2차 평가 후, 피로로 편도염에 걸렸을 때 남자가 하루 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내가 무단으로 결근했다며 학부모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했다. 또한 급여를 많이 주는 곳을 골라서 무책임하게 애들을 내팽개치고 이익에 따라 직장을 옮겼다고 말하고 다닌다 했다.
나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함을 그만두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했다.
여자는 악의적인 말을 한 남자보다 말을 전한 사람이 더 나쁘다며 남자 편을 들었다.
모두의 집을 꿈꾸었지만 그 공부방은 부부의 집이었다. 허망虛妄인지 迷妄인지 모를 공간에 대한 헛헛함이 미련처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