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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May 12. 2020

아이를 잃어버리면 알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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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뒷좌석에 있던 아이가 사라졌다. 실제였다. 어딘가에 갔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아빠 혼자 아이를 돌본 날이라 평소보다 역동적인 하루를 보냈다. 그 탓에 두 아이 모두 곯아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와중에 평소에 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바빠서 매번 잊었던 물건이 생각났다. 마침 아이가 모두 잠들었으니 잠깐 잡화점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상가 지하에 차를 댔다. 문을 잘 잠그고 1층에 있는 가게로 뛰어갔다. 혹시 깰까 봐 얼른 달려갔다 왔다. 그런데 차 문은 열려 있고 첫째 아이가 없었다.


삽시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잠긴 문이 열린 것도 신기한데 아이 말고 모든 물건이 그대로였다. 둘째 아이는 그 옆에서 곤하게 자고 있었다. 혹시 아이가 문을 열고 나왔나 싶어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거슬러 올라갔다. 이른 저녁인 탓에 거리가 한산했다.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가까운 골목을 향해 달렸다. 마침 골목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 혼자 헤매는 아이를 못 봤는지 물었다. 아이가 갑자기 사라져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보면 소리쳐달라고 했다. 달려갈 심산이었다. 20여 초를 허둥대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차로 갔다.


아이가 사라진 자리를 다시 보니 덮어주었던 담요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제 발로 나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전에 큰 아이가 잠들어 잠시 차 안에 둔 채로 휴대폰을 가지러 4층 집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때 혼자 깨서 울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충격으로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했다. 그 때문에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와 5미터가량 떨어진 엘리베이터 옆에 비상계단이 보였다.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가 아이 이름을 불렀다. 멀리서 어른의 말소리와 아이 울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잽싸게 그 방향으로 달렸다.


아이는 1층에서 울고 있었다. 달려가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나를 본 아들은 더 크게 울었다. 너무 미안했다. 잠깐 사이에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감에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아빠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으면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라고 했는데 이때만큼은 소용이 없었다. 진정하고 상황을 보니 아이가 울며 어디로 가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어른이 이유를 물어보는 중이었다. 아이는 차에서 깬 후 혼자 있다고 생각해 아빠를 찾겠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딱 내가 내려가던 찰나에 올라왔던 것이다.


잠시 소중한 것을 잃어보니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새삼 알게 됐다. 정말 뼈가 저린 기분이었다. 아이는 그 후 한동안 무엇을 하든 혼자 있지 못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문을 열고 누군가 바로 옆에 있어야 용변을 봤다. 극도의 불안감 때문에 평온했던 일상이 사라졌다. 아이도 아빠인 나도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들인지 말해주었다. 혹시 아빠가 갑자기 없어진 것처럼 느껴져도 얼마 안 있으면 꼭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을 주었다. 


한참이 흘러 아이는 이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전처럼 어두운 곳을 헤집고 다니진 못했다. 그럴 때마다 문득 자는 아이를 두고 차 밖에서 문을 잠갔던 순간이 떠오른다. 잠시나마 내게 뭐가 진짜 소중한지를 놓친 순간이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 주의하지 않았다. 설마 하던 일이 정말 벌어졌을 때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그것이 어찌 아이뿐이랴. 귀하고 중요하지만 걸맞게 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내 삶에 너무 많았다. 사랑, 자유, 젊음, 도전, 열정, 인내, 여유... 당연하다고 여긴 것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소중한 것이 없어지기 전에는
그게 마치 제 것인 것처럼 살았습니다.
없어져보니,
제게 주어진 것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소중히 대할 책임이 제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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