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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May 23. 2020

스스로 생각하고 성취하는 힘을 얻으려면

생각하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

유튜브는 육아 생활의 딜레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3살 전후부터 영상을 보지 못하면 떼쓰는 아이를 볼 때 자주 느꼈다. 안 보여주자니 진정이 안되고 보여주면 너무 몰입했다.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착잡했다. 이런 습관이 아이에게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았다. 두뇌 발달이 더뎌지고 언어 능력은 떨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혹시 폭력적인 영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도 걱정했다. 그나마 교훈적이고 영어로 말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위안을 삼았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보고 싶어 할 때가 많아 늘 시간을 정해 통제했다. 이것이 옳다고 믿었다.


어릴  나도 이런 통제를 받았다. 게임 탓이었다. 유치원 시절 살짝 맛본 컴보이 팩 게임은 아버지의 반대로 집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교실에 처음으로 컴퓨터가 들어오며 신세계를 알게 됐다. 아담한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있던 슈퍼 마리오에 빠져 휴식 시간마다 몰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쯤 부모님이 PC를 구매하셨다. 집에서도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엄한 꾸지람에 손도 대지 못했다. 그나마 중학생이 돼 30분 정도씩 했던 것 같은데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다 PC방에 빠져 꽤 시간을 보냈다.


반면 아내는 가급적 허용하길 원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별로 제약하지 않으셨고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막을수록 더 하고 싶어 진다는 말은 공감이 갔다. 그럼에도 막상 실제 사항에서 가만히 있기 쉽지 않았다. 최소한의 범위라도 정해주지 않으면 제멋대로 하게 될 것이란 아슬아슬함이 컸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이런저런 가이드를 하면 슬슬 내 눈치를 보다가 엄마에게 달려가 허락을 받고 오는 일이 늘었다. 문득 내 어릴 적처럼 그것만 하기 위해 안달이 나서 지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진지하게 나를 돌아봤다.


 아이들이 아빠가 깨달은 교훈을 배웠으면 했다. 과도하게 영상에 빠지면 해야 할 일을 제 때 할 수 없고 올바르게 생각하는 힘이 약해진다고 생각해서다. 사실 무엇이든 중독되면 그럴 수 있다. 그 상태에 들어가긴 쉽지만 나오기 어려운 것을 알기에 조바심이 났다.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라 여겼다. 그렇게 마음의 씨름을 하다가 불현듯 이 생각의 근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일 텐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에게 어른의 답을 주려고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사여부를 결정할 정도의 문제도 아니었다.


 생각을 실천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아빠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 반드시 아이에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내 인생도 그랬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치셨던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좋았으나 어떤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중요했지만 꼭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특히 무언가를 제한받은 부분일수록 반대로 행동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알아서 멀리하게 됐지만 그전까지는 반발적인 욕구를 참기 어려웠다. 나는 이렇게 조절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아이를  다르게 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개입하는 목적은 아이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함이었다. 어떤 가르침을 주기보다 먼저 아이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알아서 시청 시간을 정하고, 봐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면 충분했다. 이게 좋고 저건 나쁘다는 식으로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며 스스로 정하도록 도와야겠다. 아빠인 내가 믿어주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아이를 그런 방향으로 자라도록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며 사는 그런 인생 말이다.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아이에게조차 먼저
신뢰를 보여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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