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강호’를 깨우는 중입니다
오늘의 증상: 낮에도 졸림 지속. 머리를 쓰자 기억의 순간적 ‘블랙아웃’ 재발. 위장장애도 계속됨.
사람들과의 대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마법 같은 일입니다. 어제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꿔보기로 했어요.
원래 제 꿈은 무협소설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박사과정 면접에서도 “김용의 무협 세계를 연구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지요. 지도교수님이 부드럽게 무마해주신 덕에 간신히 합격했는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런데, 제가 이토록 사랑한 무협의 인기가 — 그 ‘강호의 정신’이 — 아침이슬처럼 사라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이 무너져도 겁날 것 없던 저의 ‘깡’이 회사 사람들의 몇 치 혀에 무너져 우울증을 겪게 될 줄 또 누가 알았을까요.
좋게 말하면 ‘무념무상’, 솔직히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생존’만 하던 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바로, 어린이를 위한 무협 동화를 써보는 것입니다.
무협은 원래 한 화에 1만 자씩, 수백 회를 이어가는 긴 호흡의 장르입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그만한 에너지도, 집중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동화라면 이야기를 짧은 호흡으로 나눌 수 있겠죠. 게다가 최근 어린이 콘텐츠를 만들며 어린이의 눈높이로 글을 쓰는 일에 익숙해진 것도 장점입니다.
전에는 망설였겠지만, 이제는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 가지 재능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냥 ‘입만 산 동네 바보’일 뿐이죠. 그 결과가 별것 아닌 습작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잃어버린 ‘깡’을 되찾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자막 없이 무협을 보겠다며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중문과에 도전했던 그때처럼. 1학년 1학기 2.8학점의 충격에도 굴하지 않고 3년 만에 HSK 고급을 따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통역을 해냈던 그 시절처럼.
그 ‘깡’과 자신감을 다시 불러오고 싶습니다.
요즘은 문밖을 나서기도 버겁고, 뇌가 컴퓨터처럼 꺼지기를 반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다시 쓰고, 다시 살아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런 꿈을 꾸며 기획을 조금 해봤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한 발짝씩.
언젠가 제 이름으로 된 ‘어린이 무협 동화’를 조용히, 그러나 당당히 세상에 내놓을 그날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