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설계가 필요한 이유
직장인 3년차. 오늘도 나는 출근길에 이 생각을 한다. '아... 회사 가기 싫다. 금요일은 언제가 되지?' 그러면서 별 생각없이 내 몸을 이끄는대로 출근을 한다. '오늘은 큰 이슈가 있는데... 어떻게 넘어가지?','하... 도망가고 싶다.' 라는 생각과 함께. 직장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지만 그래도 쉽게 때려치지 못한다. 왜? 그래도 어느정도의 알아주는 회사고, 돈도 어느정도 주는 회사니깐. 그리고 생각한다.
'내 명함에 이 회사의 로고가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사실 3년 전 이 회사에 들어오기전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개고생을 해서 겨우 합격해서 와서 정말 이제는 인생이 완전 달라질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취준생 시절도 더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후에는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 괴롭기만하다. 그런데 그건 그것이고, 하루하루 쳐내야 하는 업무는 만만치가 않고, 프로젝트 막바지라 공장 출장도 자주가고, 공장에서 밤새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정말 이렇게 버티는 것이 맞나?'
어느 토요일 주말 모처럼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에 잠시 바람쐬러 강원도에 갔다.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다. '여보세...'까지 말하는 순간 말을 끊고 '너, 어디야?' 부터 말이 시작된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온갖 부정적인 말들로 몰아세우고, 마지막 순간에 내가 했던말은 딱 하나였다.
'죄송합니다...'
하필이면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어 그 옆에서 아내가 같이 듣고 있었고, 나는 정말 참 미안했다. 그리고 아내가 이야기 했다. '이번 달에 퇴사해.' 사실 그동안 이직이라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하다보니 매번 잘 안되던 시기였는데 결국 트리거가 되어 그 결단을 단 한순간에 내리게 됐다. 그리고 두 달 뒤 나는 더이상 그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위의 이야기는 나의 직장인 3년차 때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 시절 하루하루 일에 재미도, 의미도 느끼지 못하고 진로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사실 나는 역량은 부족하기는 했지만 가서 일을 해보고 싶은 직무, 직군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하던 일에서 주니어 치고는 성과를 내고 있는 바람에 다른 쪽으로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 성격상 누구한테 싫은 소리를 듣기는 더더욱 싫어해서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 지키려고 했었다. 그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주니어 시절에는 어느정도 위의 선배, 상사의 말을 듣고서 무조건 트레이닝을 하는 시기가 필요하기는 하다. 나는 지금 15년차가 된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그 경험들이 비즈니스 세계를 겪어가면서 정말 좋았던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 때 4년가량 잘 버텼던 나에게 고마움도 느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시기에 감정적으로는 힘들었는데 그 고민들 때문에 그 시기를 슬기롭게 잘 넘긴 것 같다.
그 때 내가 퇴사를 하려고 하는 시점에 회사에서 내가 몸담았던 그 사업본부의 성적은 처참했다. 그나마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던 것도 빼앗긴 상황이고, 유일하게 잘 되던 사업이 내가 만든 제품라인업이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는데 사람은 계속 필요했고,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부장, 본부장님들은 모두 몇 번의 상담을 통해 회유를 하였다. 그 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 말이 다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내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회사를 다니던 지난 3년간 생각했던 길이 있었기에 담담하게 내 길을 갔다.
이 후의 결과는 결국은 나는 내 나름대로 그 순간순간 내 길을 걸어 취준생 때 생각했던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 직장인 3년차에 몸담았던 그 회사는 지금은 변신해서 잘 나가고 있지만 그 사업은 역사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은 회사가 정해준 업무로 가서 회사가 정해준 커리어를 옮긴 사례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때서야 자신의 길을 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봤을 때 내가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시기 지독한 진로 사춘기, 하루하루 했던 그 고민들이 없었더라면 그 회사가 정해준 그 커리어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내 정체성은 엄청 희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 너무 떨어져서 자괴감이 들 때 하루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10년 뒤, 15년 뒤 인 2020년 경에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러고는 문득 IT 기술을 이용한 기획을 하는 사람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런 일들을 하려고 많은 변화도 주고 노력도 하고 했었던 것 같고, 지금은 그 지점어디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생각을 하지 않고서 희미하게라도 로드맵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면 내가 그 시절에 생각했던 이 지점에 지금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직장인으로 15년 정도 지내면서 거친파도를 슬기롭게 잘 헤쳐나온 힘은 바로 내 길을 어느정도 그려서 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 10년의 로드맵을 그리고 그렇게 또 달려나가고는 있지만 말이다.
지금 취업을 막 준비를 하거나 주니어로 '진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실 가장 먼저 해야할 작업은 바로 이 로드맵을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희미하게라도 그려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되고자하는 이상향을 정하고 나면 그 일을 하기위한 과정을 역산을 할 경우 10년차, 7년차, 5년차, 3년차, 1년차 이렇게 내가 해야할 일들이 조금 뚜렷해 질 것이다.
그렇게 각 연차별 내가 해야하는 일들이 정해지면 이제는 그 속에서 열심히 성과를 내고, 역량을 올리는일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감도 생기고, 내 기준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회사에 계약서로는 종속관계일지 몰라도 내 의식은 파트너로서 가지고 가면서 당당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가질 수가 있게 된다.
우리가 차를 타고 어디에 갈 때 네비게이션을 찍고 목적지를 의심하지 않고 가는 것처럼. 혹여 길을 잘못 가더라도 다시 우회 경로를 알려주는 것처럼 이 커리어 로드맵이 그 역할을 한다고 보면된다.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는 한가지 생각해 봐야하는 점이 있다. 다른 모든 것은 이런 목표 달성을 하기위해 그렇게 애를 쓰고 설계를 하는데 왜 내 커리어, 내 인생에 설계는 없는지. 지금 이 시점부터는 한 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