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면 그래도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지금도 취업하기가 참 힘들다고는 하지만 10여년전 취업을 하기위해 취업시장에 겁없이 뛰어든 그 때도 2008년 리먼사태가 일어나고 대부분 회사는 보수적으로 채용을 하겠다고 했다. 그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취업하기가 참 힘들구나' 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에 합격을 했으니 뭐 이제는 무조건 꾹 참고 다녀야된다는 생각만 했다. 사실 이때 연구원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내가 원했던 그런 업무는 아니었다. 직군도 아니었다. 공대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개발 업무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하고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짜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아니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닐 때도 그 시절은 남들이 안하던 경영학 부전공도 해보고 했지만 취업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유야 어떠하든 일단 취업을 했으니 그리고 대기업이니 그 안에서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제 진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개발을 하게 되면서,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 이거 아닌거 같은데?'
하필이면 그와중에 얼떨결에 본부전체에서 아무도 하지 못하고 KPI를 못채우는 그런 과제를 내가 해결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그 해 좋은 성과를 받았고, 어쩔 수 없이 그 곳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처음에 했던 그 생각은 여전했고, 나는 어쩌면 독이든 성배를 마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때부터는 어떻게든 이 잘못든 것 같은 첫 발을 되돌리려고, 정말 고군분투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은 실패를 했고, 나는 내 길을 가기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결정의 앞 화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 운명적인 이벤트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2024년 하반기의 취업 시장이 열리기 직전의 시점인 지금 현재 IT 직군, 특히 개발자를 꿈꾸거나 전향을 하고자 하는 분들과 정말 많이 만나고 있다. 취업시장이 정말 어렵다는 소리만 들리고, 그냥 쉰다는 사람도 엄청 많은데 그래도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코칭을 하는 내내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응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응원과는 별개로 안타까운 점도 하나가 있다. 정말 공통적으로 내가 물어보는 질문이 있는데 그 질문에 정말 명쾌하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은 10명을 만나면 1명이 될까말까이다. 그 질문은 이것이다.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하세요?'
취업 면접 연습이 아니라 그냥 코칭을 하면서 그 사람이 어떻게 개발이라는 직군을 알고 진입하고 접근하는지도 궁금하기도 하였고, 그 시장을 아는 입장으로 상황을 알고 진심으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본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개발이 전망이 좋다고 해서요.', '전공을 이걸해서요.', '회사 분위기가 좋아보여서요.'
물론 정답은 없는 답이기도 하고, 틀린 이야기도 하다. 그리고 좀 철학적이기도 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신입으로 준비하고 있을 시기를 생각해보면 쉽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적어도 그 방향성은 있어야 하는데 이것부터 없으니 코칭을 하는데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아직도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래 10년 뒤에는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라는 것이 있어야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바로 잡을 수가 있을텐데 그 지도부터가 없으니 '도대체 어떤 일을 가려고 하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뭐 운이 좋아 좋은 회사에 취업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곧 '진로 사춘기'가 찾아 올텐데 말이다. 그리고 내 주니어, 신입 때처럼 혼란을 똑같이 겪을 텐데.
위의 그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명확하지 않아서 방향성, 왜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명분이 필요하다고 알려주고나서 하는 질문이 또 하나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이 것이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정리가 되어 있을까요?'
이 질문 역시 명쾌하게 답을 한 사람은 20명 중 1명이 될까 말까이다. 대부분은 그동안 한 거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면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 역시 참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사실 다른 직군 보다 IT 직군이 실력이 우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맞고, 그 능력 역시 회사에서 높이 생각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커리어는 조금 하이브리드, 즉 실력과 세일즈 그 중간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이더라도 결국은 본질은 내 커리어,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포지션을 잡겠다고 하면 결국은 키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나를 팔아야 한다. 그런 세일즈를 하려고 하면 적어도 내가 이 자리에 와야하는 논리적인 설득을 할 수 있는, 그 사람이 나를 같이 일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어떤 하나의 물건을 판다고 해도 그 물건을 팔려고 광고지도 만들고 그 타겟에 팔기위해 그렇게 뿌리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 과정을 너무 간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회사에서 채용을 위한 전형도 많이 해보고 지금도 심사위원으로 많이 나가지만 IT 직군을 떠나서 취업이 안된다는, 어렵다는 이야기는 미스매칭의 문제가 가장 큰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고 싶은데 요구사항과 비슷한 사람을 못찾고 있고, 구직자는 또 방향성도 없고, 자신만의 생각만하고 지원을 하니 합이 이뤄질 수 없어 더 어려운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먼저 많은 IT 산업의 구직자들이 개개인의 커리어를 가져가기 위해서 간과하지 말아야하는 점을 다음화부터 차근히 하나씩 풀어 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