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라 Jul 31. 2024

벨케이드 주사를 시작하다

    열이 나는 바람에 일주일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간 나는 친정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첫 번째 벨케이드 주사를 맞았다. 

    주사약이 주입되는 동안 겨드랑이와 사타구니가 따끔거렸다. 이 느낌은 덱사메타손 복용 때도 느꼈던 것이었다. 피부가 따가울 수 있다고 하더니 피부 중 체모가 난 부위가 가장 민감한 것인지 그곳만이 유독 따갑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피로감이 있고 다리도 좀 아팠다. 밤에는 세포가 따끈따끈해지는 느낌이랄까, 매운 것이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구토나 설사, 어지럼증 같은 것은 아직 없었다. 

    약의 부작용이 별로 없다 보니 마음이 해이해졌다. 원래부터 별로 심각한 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약의 효과가 좋은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감사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예배 시간에 회개했다. 하나님의 선물과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 은혜가 떠나갈지도 모르니 정신 차려야 했다. 

    두 번째 주사 후에는 몸이 좀 더 힘들었고 감정적으로도 디프레스되었다.


일기 발췌_2010년 3월 2일 화요일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던 벨케이드 주사를 맞는 날이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아버지가 차를 운전해 주셨다.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셨다.
  주사약이 주입되는 동안 겨드랑이와 사타구니가 따끔거렸다. 이 느낌은 덱사메타손 복용 때도 느꼈던 것이다. 피부가 따가울 수 있다고 하더니 피부 중 체모가 난 부위가 가장 민감한 것인지 그곳만이 유독 따갑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피로감이 있고 다리도 좀 아팠다. 밤에는 세포가 따끈따끈 해지는 느낌이랄까, 매운 것이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 같은 것이 느껴진다.
  구토나 설사, 어지럼증 같은 것은 아직 없다. 내일은 덱사메타손도 복용하는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르겠다. 약의 부작용이 별로 없다 보니 마음이 해이해진다. 원래부터 별로 심각한 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약의 효과가 좋은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감사가 줄어들었다.  
  예배 시간에 회개했다. 하나님의 선물과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 은혜가 떠나갈지도 모른다. 정신 차려야겠다.     
  예솔이는 아빠가 오니까 껴안고 뽀뽀하며 좋아하였다. 부모님은 다행이라고 하시면서도 내심 섭섭한 기색이다. “쟤가 엄마랑 정 떼려고 하나?” 하는 말씀까지 했다.
  나는 예솔이와 아빠가 친해진 것이 너무 기쁘다. 그저께 남편이 예솔이를 두고 대전에 혼자 내려갈 때 예솔이가 펑펑 울었다. 엄마와 헤어질 때는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그렇게 울었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엄마 때문에는 울지 않아야 한다는 무언의 기대가 온 집안에 팽배해 있었기에 아이는 그 기대에 부응한 것이리라.
  엄마에 대한 사랑을 직접 표현하는 대신 다른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고 아빠는 가장 적합한 대상이었을 것이다. 함께 놀아주고 함께 잠을 자 주고 옷을 골라주고 밥을 준비해 주는 사람으로서 아빠는 충분히 엄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막내가 아빠와 친해진 것이 더없이 기쁘다
  예솔이가 아빠와 친해진 것이 나머지 두 딸과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편은 처음으로 자식에 대한 전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 보상으로 예솔이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남편은 전폭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랑을 위의 두 딸에게는 주지 못했다는 것을 남편이 아쉬워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두 딸이 아빠를 존경하고 의지하지만, 마음으로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
  남편은 예솔이와의 생활을 통해 자기 속에 감추어져 있던 사랑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사랑에는 수고가 따른다는 것을 남편이 깨달았기를 바란다. 때로는 자기 욕구를 미루고 사랑하는 대상의 욕구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기를 바란다. 이렇게 조금씩 사랑을 배워가면 남편도 본인이 바랐던 대로 ‘사랑의 사람’으로 불릴 날이 오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