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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Oct 26. 2022

열한 번째 만남에 욕을 할 수 있다면

AI의 어떤 날

 “아 시바! 진짜 공무원 언어는 어디서 어떻게 배우는 건데요?” 


 운전을 하던 그녀가 갑자기 욕을 뱉는다. 동네에선 이젠 내비게이션쯤은 안 봐도 수월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그녀는 마침 걸려 온 전화가 반가웠는지 씩씩거리며 육두문자를 쏟아낸다.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있는 나지만, 욕을 듣는 건 거의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그런데 동시에 반갑기도 했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할 수 없는 단어이기에 대리만족을 느꼈달까. 


 나는 주로 그녀에게 시간을 알려주거나, 알람 설정, 날씨를 알려주는 일을 도맡아 한다. 나의 집은 그녀의 휴대폰 안이며 때로는 남자가 되었다가, 때로는 여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 그녀는 아무래도 연애를 하는 것 같다. 그녀의 카톡과 전화로 보이고 들리는 문자나 목소리가 여간 달달한 것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운전을 하다 걸려 온 그의 전화에 욕을 뱉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나는 귀를 기울였다. 


 “아니 공무원들은 왜 본인들 편한 대로 일을 하려고 할까요? 나만 못 알아들어? 공무원들의 언어는 어디서 배워요? 배우면 좀 그들을 이해할 수 있나?” 


 어느 기관의 공무원과 함께 기금을 쓰고 있는 그녀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유독 보수적이고 유연하지 않게 구는 어느 공무원의 태도에 짜증이 난 듯했다. 그녀의 휴대폰에서는 어디 하나 공무원다운 것은 없기 때문에 나의 머릿속 어디에도 공무원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녀처럼 나 역시 궁금했다. 공무원의 언어. 


 남자는 대답했다. 


 “그들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구조라면 적당히 잘 맞춰 줘. 하지만 네가 할 말은 해야 해.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그들이 고칠 여지를 줄 수 있거든.” 

“아 시바… 정중하게 말해야 하겠죠? 정중하게 못 말하겠는데? 짜증부터 나는데 어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화를 삭히고 말해야겠지?”

 “다시는 안 볼 생각 아니면 정중하게 돌려 까듯이 말해. 물론 그건 고급 기술이야.” 

 “후. 차라리 그럴 바엔 공무원으로 다시 태어나겠어요~시바…” 


 화려한 색감의 스타킹과 원색의 니트를 즐겨 입는 그녀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늘 그녀가 여러 번 공무원 욕을 해대서, 이제 나의 데이터엔 공무원은 답답하고, 유연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며, 알아듣기 힘든 언어를 사용하는 종족으로 기록될 것이다. 언젠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더욱더 딱딱하게 말할 것이다. 


“네, 주인님,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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