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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 Oct 22. 2023

영국_약과와 우체국 쪽지

[유럽] 엄마를 추억하다

 앤과 토니에게 동생들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동생들에게는 1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영국의 작은 마을 페잉턴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돈이 많지 않았던 그 시절처럼 야간버스를 타고 런던에서 페잉턴으로 향했다. 새벽 6시, 날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지만 체크인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버스터미널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다운타운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보였지만 소소하게 변해 있었고 그 소소한 변화들이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었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COSTA 카페가 문을 열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앉아 있으니 흰머리가 가득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페잉턴은 노인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영국의 시골 마을이다. 나는 1년이란 시간 동안 이곳에서 어학연수를 했었고 앤과 토니는 그때 만난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앤과 토니가 더욱 그리워졌다. 



 어른이 되고 나니 한 해가 지나는 게 무덤덤해졌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이만 먹을 뿐 작년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었다. 새해가 됐다고 해서 새로운 직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며, 작년에 했던 일을 올해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어른의 삶이란,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반복하는 지루한 것이었다.

 그 지루함이 싫어 적금을 깨고 영국으로 떠났다. 

홀로 해외여행조차 가본 적 없었기에 엄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카톡도 없던 시절이라 국제전화 카드를 사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나중에 둘째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나와 통화하고 나서야 엄마는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스물일곱의 어른이었는데 엄마한테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나 보다. 

 페잉턴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떠날 때였다. 그동안 함께 했던 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둘째에게 선물 리스트 보냈다. 기다리던 한국에서 택배가 왔고 상자에는 리스트에 적혀있던 선물들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약과와 우체국 쇼핑 주문서가 들어 있었다.


우체국 쇼핑 주문서 뒤에는 택배를 붙이기 전 급하게 쓴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딸 엄마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고 항상 조심히 다녀. 많은 추억 만들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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