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을 위한 3가지 노력

by 미엘라

사실 나는 10대 시절부터 우울증이 있었다. (이것을 이야기하자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진다.)


그때 해결하지 못한 우울증을 안고 불안정한 20대를 보냈다. 나는 나의 우울한 성향을 나만의 방식으로 잘 길들이고 잘 묶어두고 마음속 상자 안에 가둬두고 괜찮은 사람인척 꽤 잘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10대, 20대 때 방치했던 우울증이 장기화되고 점점 삶의 질이 저하됨을 느꼈다. 적어도 일주일에 2~3번은 진이 빠지게 우는 것이 습관이 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을 계기로 우울은 드디어 나를 지배해 버렸다. 계속 이렇게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죽지도 못하는 그런 어중간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월은 그냥 흐를 뿐이었다. 시간은 절대로 약이 아니었다.

자살을 생각하기 이전에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나는 3가지 시도를 해봤다. 첫 번째 노력은 아빠의 장례를 치르고 몇 주 뒤에 부모님을 애도하고 내 기억들을 정리하는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 그 영상을 내 유튜브 채널에 공유했다. 알고리즘에 의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게 되었고 댓글로 슬픔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었다. 그때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의 댓글을 보는 것이 꽤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날을 계기로 나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마다 영상을 만들었고 편집해서 일상 브이로그 같은 이런저런 영상들을 만들었다. 일종의 현실도피였다. 과거에 찍은 영상을 쪼개고 다시 이어 붙이는 작업은 뭔가 내 시간을 컨트롤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뭔가 이상한 만족감도 들었다.

두 번째 노력은 항상 머릿속으로만 언젠가 가보려고 했던 프로방스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남부 프랑스의 유명한 관광명소와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유명한 미술관에 다녀왔다. 니스, 생폴드방스, 아를, 엑상프로방스를 여행하며 그야말로 꿈같았던 여행을 2주 동안 신나게 즐겼다. 하지만 역시 여행이라는 것이 순간적으로 기쁨을 주는 것이다 보니 그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니 다시 일상에서 매일 만나던 우울과 마주하게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하면서 보았던 풍경을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유튜브 채널에 공유하기를 반복했다. 여행의 기억이 재밌고 흥미로울수록 편집하며 마주하는 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괴리감이 들어 힘들었다. 매일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상 여행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순 없었다. 이때 순간의 쾌락으로 얻은 행복은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마지막 노력은 카톡 오픈채팅방 애도모임도 운영해 보았다. 내 유튜브채널을 통해 슬픔을 매게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내 우울증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약 30명 정도 분들이 참여해 주시고 각자의 사연과 아픔을 공유해 주셨다. 결론적으로 그 모임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은 나의 감정과 심정을 토로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으로 참여한 분들의 대화를 들어주고 흐름을 정리하고 조금씩 이끌어가는 방향을 잡는 역할이 되어야 했고, 사실상 내가 애초에 의도한 나의 우울증 극복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상담사가 아닌 내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다. 물론 온라인모임에 참여해 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그분들의 이야길을 들으며 슬픔을 연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서 기쁘기도 했다. 여러모로 그분들과의 대화는 내 인생에서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는 나의 기분을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회피하고 회피했던 나의 마음의 병은 그냥 나 혼자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고 혼자 계속 발버둥 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 인스타 @miella_page

◇ 유튜브 : 미엘라


↓↓ 아빠가 돌아가시고 만들었던 영상

https://youtu.be/-eNlQ3u-g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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