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우울증 치료 경험담
늘 죽음을 생각했지만, 살고 싶어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앞의 문장이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내 감정을 표현하기 적절한 말인 것 같다. 길고 길었던 불면의 밤을 보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대학병원 Centre Medico Psychologique(이하 C.M.P)에 상담 예약을 했다. 그 병원은 사설병원이 아니다 보니 예약을 하고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길게 느껴졌던 30일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첫 진료 날이 되었다. 사실, 이전에 4번이나 병원 예약을 하고 예약 날짜 하루 전날에 취소하기를 반복했다. 취소했던 이유는 상담을 받아도 내가 나아지지 못하고 진짜로 '사회 부적응자로 남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과 ‘매번 예약 취소를 한 것 때문에 병원 담당자가 나를 비난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필요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하고도 소통 안 하고 지낸 지 꽤 오래되어서 내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담에 앞서 정신이 나약한 것에 대한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가장 컸다.
아무래도 불어로 내 심정을 얘기하는 게 어렵다 보니, 병원에 가기 전에 ‘가족상황, 나의 심리상태, 신체적인 문제, 나의 감정, 걱정거리’ 등을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 가며 글로 써봤다. 사실 내가 내 정신하나 컨트롤 못해서 이 외국에서 정신과를 가기 위해 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설명하는 일종의 '글?'을 쓰면서 매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왜 이렇게 사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시간이 가까워지고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로 집 밖을 나갔다. 하늘에서 이슬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실처럼 가느다랗고 촘촘한 빗줄기가 온 동네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오후 3시라고 하기엔 좀 어둡고 우중충하고 회색 빛 하늘의 색은 마치 나의 내면의 색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고 진료실 안에는 2명의 간호사와 병원 측에서 불러주신 한국인 통역사님이 있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가 온몸에서 삐질삐질 땀이 났다. 상담이 시작되고 어떻게 흘러 간지 모르게 두 시간이 흘렀다. 담당 의사가 판단하기에 내 우울증 상태는 장기간 방치되고 병의 정도가 깊다고 얘기했다.
치유책은 둘 중 하나였다. 바로 다음날부터 '매일매일 집으로 상담사가 찾아오는 치료'를 받던지 아니면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고 입원하는 것을 선택했다. 3년째 자취하고 있는 '우울 구렁텅이' 같은 그 집에서 잠시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병원은 나의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장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나는 간단하게 상담을 받고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을 하기로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입원할 간단한 짐을 싸고 '어질러진 집안을 약간이라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관문을 열고 3층 계단을 올라와 방문을 열었는데, 온 집안이 얼음장처럼 추웠다. 방안은 마치 냉장고에서 뿜어져 오는 것 같은 냉기가 가득했다. (그날 날씨가 정말 추웠다.) 빨리 라디에이터 전원을 켜고 온도를 최대치로 올렸는데, 온도계에 빨간 불빛이 작동을 안 했다. ‘어, 왜 이러지?’ 하고 여기저기 조명과 냉장고 전원을 확인했는데 전기가 끊겨있는 것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도 이런 적 이 있어서 그때는 두꺼비집 전원이 내려갔던 것이 이유였는데, 이번에 두꺼비집을 확인해 봤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당연히 공과금은 재 때 자동이체가 되어 돈 문제 일리는 없었다. 왜 하필 오늘 전기가 나갔을까.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휴식할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라디에이터 기계'가 주는 온기마저 느낄 수 없다니... 또 쓸데없이 서러웠다. 이럴 때 누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먼저 올라오지만 누가 도와 줄리 없다. 이걸 또 어떻게 해결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고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런 작고 작고 작은 문제들을 마주하고 해결책을 찾고 또다시 문제를 마주하기. 이런 계속되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사용할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다음날까지 '전기 없는 하루 밤'을 보내야 했다. 그날 저녁 9시에 온 집안이 깜깜했다. 달빛이 창가에 들어오긴 하지만 좀 더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빛의 밝기 조절을 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전기 덕분에 참 편하게 살았던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날 너무 추워서 옷을 여러 겹 껴입고 겨울 부츠를 신고 책상 의자에 앉아있다가 침대 속에 웅크리고 누었다. 이 자취방은 내가 프랑스에 와서 3년 정도 꽤 오랜 시간을 혼자 살았던 집이다. 암흑에 가까운 어두운 저녁을 맞이하니 마치 모르는 사람 집에 온 것처럼 집안이 낯설게 느껴졌다. 손발이 시렸다. 양쪽 콧구멍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또 괜히 서러워서 좀 울었다. '뭐 그리 슬프다고 울고 난리인가'라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올라왔다. '내일 입원하니까 조금만 참자.'생각하고 수면제를 먹었는데도 새벽 5시까지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추위에 떨면서 날밤을 꼬박 새웠다. 추위와 삶에 대한 피로감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지난 몇 년 간 나의 수면의 질을 매우 나빴다. 늘 새벽에 여러 번 잠에서 깨어나고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딱 '7~8시간' 알차게 푹 자고 싶은데, 잘 자다가 새벽 2~3시쯤에 한 번 이상은 잠에서 깨어나버리고 말았다. 일부러 새벽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일찍 일어난 것이 아니라서 늘 다시 잠들고 싶은 억울한 감정을 느꼈고, 하루의 시작을 망쳤다는 좌절감을 느꼈다. 일어나서 무언가를 할 에너지는 없고 다시 잠들기는 어렵고 눈을 감고 있지만 정신은 깨어있는 상태로 무거운 피로감을 느낀 채로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을 뿐이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순간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휩쓸린다. 가끔씩은 가위를 눌리는 것 같은 그런 온몸이 경직되는 기분이 들어서 누워있는 동안 몸의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것 같았다. 그야말로 '정신적으로 절망적인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내 생각에 전부를 지배해 버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 하나 제대로 청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날 새벽에 이런저런 생각과 이불에 파묻혀 또 정신없이 울었다. 깜깜한 방 안에서 나는 또다시 격정적으로 슬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왜 이렇게 슬픔이 화수분 같을까’라고 생각하고, 할 것도 없으면서 스마트폰을 껐다 켜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밤을 꼴딱 새우고 해 뜰 무렵 겨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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