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알간 영혼 이지수'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며
나의 첫 별, 이름은 이지수. 맑디 맑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내가 아주 복잡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아주 단순하고 우스꽝스러운 한마디로 위로해 주는 근심 퇴치자. 그러나 엄마가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지 하는 세상의 이치를 역행하게 만드는 근심 결정체. 나의 첫 별, 이지수.
28살에 첫 별을 잉태했다. 첫 별은 내게 조금 일찍 왔다. 신혼생활도 즐기고, 직장도 새로 옮겼는데 아이의 잉태가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곧 세상의 모든 엄마가 가졌을 벅찬 감동이 내게도 왔다. 생명에 대한 신비로움, 경건함,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책임감, 기대감 등이 뒤엉켜져서 왔다. 10개월의 긴 잉태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첫 별은 태어났다.
아무 근심 없이 행복했던 기간은 딱 3개월. 나의 첫 별이 뇌수막염에 걸렸다. 밤새 열이 40도를 오르고, 팔과 다리는 축~ 늘어지고, 빨리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가라는 동네 의사 선생님 말에 가까운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열흘 간의 입원으로 뇌수막염에 대한 치료는 마쳤지만, 치료 마지막 날 소아과 과장님 나를 불렀다. 아이가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통보에 병원 화장실 맨 끝칸에서 평생 쏟을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그 후 울보가 되었다.
소아과 과장님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는 장애인으로,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부모로서의 삶을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동안의 날들이 모두 감동이고 아름답지 않았다. 그러나 기뻤던 날 역시 부족하지 않았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부모인 우리, 양가 조부모들의 사랑과 지원이 차고 넘쳤다. '왜 안 될까?' 하는 좌절과 포기는 '이 정도도 괜찮아'하는 낙관적 행복으로 점점 변해갔다. 지능은 낮고, 신체 기능은 불완전하지만, 언어 표현은 다른 장애에 비해 나은 것에 그저 감사하며 살고 있다.
나의 첫 별, 이지수. 23년 동안 지수는 나에게 기쁜 별도 되었다가, 슬픈 별도 되었다가 한다. 이제 내 나이 50살이 넘었다. 노화 탓인지 어~어어~하는 순간들이 별처럼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더 늦기 전에 나의 첫 별이 반짝이던 순간들을 기록해야겠다. 어떤 날은 17살, 어떤 날은 5살 시간의 순서 없이 찾아오는 기쁨과 슬픔들을, 봄가을 별자리처럼 교차되던 낯설고도 신비했던 감정들을,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아프지 않게 써보려고 한다.
'진짜 별 낳기'는 나의 시다. 첫 별, 이지수를 잉태하던 28살에 쓴 시. 나의 첫 별에게 바친 헌시다. 오래전 나만의 타임캡슐에 보관한 그때의 봉인된 감정을 나는 오늘 해제한다.
진짜, 별 낳기
초음파로 잡히는
별의 크기는 28mm
질량은 10그램
이제 막
우주에서 날아온 별의 꼬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내 몸속에 별이 자라고 있어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스무 여러 해 살며 쌓아온 피와 살들이
별의 심장, 별의 손, 별의 발
별의 이목구비를 만들 때
비로소 우주의 샘을 펌프질 하는
별의 맥박 소리를 들을 때
양수처럼 따뜻한 눈물이 터지고
아무도 모르는 이 생애의 암호를 쥐고서
태어날 나의 갓난아기 푸른 별이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슬픈 별이 될지, 기쁜 별이 될지
이제 우주의 긴 시간을
한없이 배회하던 떠돌이별이
자기의 첫 별을 거느린
붙박이별이 될 때
그 기쁨과 슬픔이
봄가을 별자리처럼 교차될 때
이제 하늘에 저 별은 다 가짜야
내 별이, 내 별이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