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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Aug 07. 2024

럭키 별의 럭키 인생

어린 시절, 추억에 남는 게임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공기놀이 다음으로 인생럭키게임을 꼽을 것이다. 실력으로 주름잡았던 공기놀이와 다르게 실력보다는 운이 승자를 가리던 게임이었다.

먼저 룰렛을 돌려 말을 움직이게 한다. 출발부터 취직코스와 진학코스를 선택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취직코스가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진학코스로 간 사람들의 월급을 따라잡을 수 없음을 느끼게 해 줬다. 대학에 가야 하는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인생 체험판 게임이었다. 어쨌거나 이 게임을 통해 인생의 단맛 쓴맛도 미리 봤지만, 게임이 즐거웠던 건 뜻하지 않은 행운 문구에 있었다


텔레비전 퀴즈 프로에 출연하여 상금을 탔다 50만 원
고속도로 건설로 땅이 팔렸다 100만 원
간단한 발명으로 특허료가 들어오는구나 100만 원
신축 기념파티를 하였다.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10만 원씩 받아라


이 얼마나 뜻하지 않은 행운인가? 얼마나 원더풀 한 인생인가?


모든 은총이 별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벚꽃이 흩날리던 계절이었다. 2000년 4월, 그 해 나는 주 5일제 회사로 벚꽃 잎처럼 사뿐히 이직했다. 그 당시는 격주 토요일 휴무 회사가 대다수였고, 학교도 공공기관도 주 5일제를 실시하기 한참 전이었다. 따라서 주 5일제 근무는 파격적인 복지였다. 연봉도 300만 원 정도 올랐으니,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그 당시, 별이가  뱃속에 있었지만 별이의 존재를 나는 몰랐다. 그러므로 면접을 볼 때, 아직 임신 계획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남편도 직장을 옮겼다. 유통 쪽에 다니던 남편이 꼭 다니고 싶었던 기업에서 공채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나는 남편에게 1년의 경력을 버리고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권했다. 원서접수 마지막 날, 가까스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찾아내 원서를 제출했다. 1차 합격, 2차 합격, 마지막 3차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 무렵이었다. 별이가 생겼다는 것을  검진 차원에서 산부인과에서 들었다.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한 달간 우리 부부에게 있었던 모든 행운이 내 뱃속에 있는 별이에게로 왔음을 받아들였다.


시작이 너무 좋았다. '운수 좋은 날' 소설의 시작처럼 최근 일어난 모든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유일한 불길함은 막내시누이가 꾼 태몽이었는데, 개미떼들이 잠자는 나의 배 위로 줄을 지어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개미가 불길한 곤충은 아니니, 나는 동화 속 개미처럼 그냥 부지런한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막내 형님의 태몽처럼 별이는 태어나서부터 몸이 약해  줄지은 근심을 내게 안겨줬다. 고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근심으로 엄마로서의 자아는 개미처럼 작아졌다. 그러나 나는 엄마였으므로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았다.


별이를 키우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비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우리에게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인생럭키게임처럼 고난 두 칸을 움직이면 행운 한 칸이 다시  고난 세 칸이 움직이면  다시 행운 한 칸으로 밀려서 갔다. 그래도 별이 인생은 럭키구나, 나는 안도했다. 감사했다.


국내 최초의 장애 비장애 통합 어린이집을 마지막 대기자로 합격했다.
일반 초등학교 입학하니  너무나 좋은  특수교사, 별이의 스승을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태아보험에서  장애 진단금을 탔다.
어느 날 집 앞, 가까운 곳에 장애인 복지관이 개관했다.
3년 동안 대기에 놓은 특수학교에 마지막 T.O가 생겨 전학을 갔다.
비록 거리는 멀었지만, 전공과에 합격하여 2년 간의 학교 생활을 더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말한 저 행운들은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그냥 다행 정도의 에피소드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애를 키우는 부모들은 안다. 알 수 있다


갈 곳 없는 6살 장애 아이에게 통합 어린이집이 나타났다는 것,  그냥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평생 잊지 못할 특수교사를 만난다는 것, 장애 진단금을 받아 치료 부담을 덜게 된 것, 평생 다니게 될 장애인복지관이 집 근처 생긴다는 것... 이 모두가 하나같이 엄청나고도 기적 같은 행운이었다.


그렇게 우리 별이는 특별한 별로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살 수 있었다.


물론, 이게 다 행운 때문이겠는가. 발품 손품 다 팔아서 얻은 귀하디 귀한 엄마 정보력, 아빠의 픽업 기동성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장애가 있는 별이를 위해 최적의 시골 집터를 물려주신 할아버지의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그 모두가 우리 별이의 복임에는 틀림없다.


별이의 또 다른 별명은 '럭키 걸'이다. 별이를 14년째 돌보고 계신 활동보조선생님이  붙여준 별명이다. 만일 누군가, 별이의 미래를 너무 슬퍼하지 않는 이유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우리 별이는 운이 좋아요. 제가 그 운에 기대어 살아요."



Epilog


인생럭키게임에서 마지막 골인 전 100만 원을 타는 행운의 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서전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

인생 골인 직전, 마지막 말이 그 칸에서 멈추면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내 인생, 마지막 구원자라고 해야 할까?

드라마 단막극, 베스트셀러 극장이 인기 있었던 시절이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것은 유명한 사람이 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오늘, 갑자기 지금이라도 그 꿈을 다시 꿔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별이의 인생을 소설로 써볼까? 별이의 말을 대신 적어 시로 써볼까?

혹시 모른다. 인생은 럭키게임이니까

우리 별이의 인생은 럭키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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