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둘 다 중요한 현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될 수 있어'
심각하게 업무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신 팀장님께서 지나가듯이 하신 말씀이다. 신입사원 시절 팀장님은 직접적으로 말씀을 안 하시고 꼭 저렇게 한 번 더 생각하도록 하셨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 바둑이나 장기 등 대국에서 오래 생각해서 둔 수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쓸데없이 오래 고민을 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사용하는데 이 말을 실생활에서 들어보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신입사원 시절에 업무가 많이 밀려서 계속 혼날 때가 있었다. 업무 우선순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다룰 예정이라 여기서는 우선순위는 정리가 된 상태라는 전제를 하고 다른 관점에서 고민한 것을 나눠본다. 결국엔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밤이라도 새워서 일을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라는 것이 그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바이벌 게임같이 주어진 시간은 단 8시간, 그 안에 모든 미션을 해냄과 동시에 추가로 주어지는 업무들도 해내야 할 때가 있었다. 이렇게 회사에서는 시간이 항상 넉넉하고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이걸 받아들여야 했는데, 그 와중에 나는 나의 만족감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주어진 업무의 수준을 A급으로 만들어서 제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시험기간에 완벽한 준비를 위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을 부린 것과 같았다. 그렇게 한다고 시험을 100점 맞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런 유혹이 항상 있다. 하물며 회사 업무는 개인의 성적을 위한 시험공부도 아니고 리포트 제출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면 퀄리티를 포기해서라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일이다.
'속도와 완성도'
시간에 업무 수준을 맞추는 것이지 자기 만족감에 업무를 수준을 정하면 안 된다. 즉 '속도'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완성도는 포기해도 되는 것일까? 충격적이게도 그것도 아니었다. 결론은 주어진 수준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했다. 상사는 빠르게 업무를 해오라 했지만 그렇다고 반쪽자리 보고서를 받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예를 들면 보고서 수준을 A로 타깃 한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50%밖에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마음이 아프고 본래 성격과는 맞지 않겠지만 보고서 수준을 과감하게 B로 하향 조정하고 시간 안에 완성도를 100%로 만들어 보고한다. 보고할 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추가로 검토해서 A로 만들 수 있음을 첨언하면 된다. 상사들은 일단 상황 파악을 위한 B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치를 키워서 주어진 시간 안에 A를 완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속도와 완성도를 잡을 수 있는 내 자아의 만족감을 내려놓는 방법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