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열심 후열정
회사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두 가지 측면인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즉 '직무'와 '어떤 산업에서 일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제일 좋은 건 두 가지 모두 원하는 것이 있을 때이다. 예를 들어 기획업무를 하고 싶은데 가전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회사들을 목표로 준비하면 된다. 문제는 둘 다 원하는 것이 없어서 절대 못할 것 같은 직무를 소거하고 남은 직무 중에서 모집 공고가 있는 곳으로 입사 지원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관심사와는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나의 경우는 특별히 관심사가 있는 분야도 없었고 '취업'자체가 목표였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된 관심사 찾기는 도통 끝나지 않고 붙은 대학에 가더니 결국엔 취업도 일단 받아주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업무를 하다 보니 기획업무 할 때는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고, 산업에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내심 일을 하면서 저절로 내 안에서 열정이 솟아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면 더 재밌게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되니 일에 끌려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고민하면서 보내니 주도성이 떨어지고 성취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한참을 지나 7년쯤인 대리 중기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선열정 후열심'이 아닌 '선열심 후열정'이라는 것을.
흥미가 생기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이 일은 내 거다'라고 받아들이고 달려들었으면 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아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사고의 재료가 많아져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견해가 생기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재미가 붙게 되는 것이다. 7년 차쯤에 깨닫게 된 것도 어쩌면 그 시간 동안 회사에서 쌓인 것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재밌다고 느낀 탓일 것이다.
스스로가 어느 것에도 특별한 관심이 없는 무색무취의 사람이라고 느껴지고 그것이 하나의 콤플렉스로 여겨진다면 일단 고민은 접어두고 계속 주어진 것을 해보는 것을 제안해 본다. 미운 정이라는 말이 있든이 뭐든 계속하면 정이 붙는다. 그렇게 하면 회사에 있는 시간을 공허하거나 지루하게 느끼며 방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